"질병도 안전사고?"…국토부의 이상한 '건설사고 부풀리기'
"질병도 안전사고?"…국토부의 이상한 '건설사고 부풀리기'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0.02.0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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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지병 의한 사망까지 묶어 특정 회사에 '불명예' 낙인
문제 인정하면서도 즉각적 수정은 회피…"다음부터 개선"
세종시 국토부 청사와 건설 사망사고 관련 국토부 보도자료 중 일부. (사진·자료=신아일보DB·국토부)
세종시 국토부 청사와 건설 사망사고 관련 국토부 보도자료 중 일부. (사진·자료=신아일보DB·국토부)

국토부가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사망사고 건설사 명단'이 무고한 회사의 이미지까지 크게 실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 안전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공개하는 자료임에도 개인 질병에 의한 사망까지 묶어 통계를 내고, 사망 원인에 대한 언급 없이 특정 건설사에 '불명예'라는 낙인을 찍고 있었다. 국토부는 이런 방식이 건설사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즉각적인 개선은 회피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건설사 중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사망사고'가 발생한 회사 명단을 공개했다.

국토부는 총 6개 건설사를 명단에 올렸으며, 이들 건설사가 진행 중인 공사 현장에서 두 달간 모두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많은 사망사고를 발생시킨 건설사로 '현대건설'을 지목하며, '불명예'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국토부가 명단을 공개하며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현대건설은 지난 12월11일 신길9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 현장과 힐스테이트 동탄 2차 신축공사 현장에서 각 1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11월, 12월 두 달 동안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건설사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라고 적혀있다.

국토부 보도자료만 보면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작업자 2명이 사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건설사 측 설명을 들으면, 이 같은 해석이 틀린 것일 수 있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우선, 현대건설 현장 사망자 2명 중 '신길9재정비촉진구역' 사망자는 지난달 11일 추락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사고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힐스테이트 동탄 2차 신축공사' 현장 사망자는 작업 중 추락이나 전도, 화재와 같은 사고가 아닌 질병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가 작업자 개인 질병에 의한 사망까지 묶어 특정 건설사를 최다 사망사고 회사라고 표현한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동탄 같은 경우는 산재가 아니고 개인 지병 사망이기 때문에 그것은 (사망사고와) 상관이 없을 것 같다"며 "그러니까 저희가 (사망사고가) 제일 많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지난해 11~12월 상위 100대 건설사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는 사망 원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자료=국토부)
국토부가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지난해 11~12월 상위 100대 건설사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는 사망 원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자료=국토부)

국토부는 명단 공개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배포된 보도자료는 수정할 수 없다며, 자료 개선을 다음으로 미뤘다.

현대건설 사망사고 통계와 관련해 국토부 건설안전과 관계자는 "신고된 내용에서는 현장(힐스테이트 동탄 2차)에서 쓰러져 사망했다. 이 정도 팩트만 알고 있고요. 원인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앞으로는 '질병에 의한 사고다' 이런 식으로 경위를 적어서 낼 건데, 현재 보도자료에서 피해를 입은 건 죄송하지만 제외하기는 힘들 것 같고요"라고 말했다.

억울한 것은 현대건설뿐만이 아니다. 이번 명단 공개에 포함된 쌍용건설 '군장국가산단 인입철도 제1공구 노반건설공사' 현장 사망자의 경우 작업을 마치고 퇴근하던 길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산업재해로 봐야 하는가 등을 두고 다툼의 여지가 많은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국토부의 이런 무책임한 업무처리 방식으로 인해 이미지를 먹고 사는 민간회사가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A 건설사 관계자는 "국토부는 이게 어떻게 처리되는 거냐 어떤 쟁점이냐는 배제하고, 그야말로 죽음이라는 객관적인 사실만 발표해버리고 만다"며 "시공사들 입장에서는 '큰 틀에서 안전관리에 조금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각성 의식은 가져야겠지만, 모든 것을 다 안전사고라고 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