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긍정평가…‘우한 폐렴’ 초기발병 알리다 체포된 中 의사들
뒤늦은 긍정평가…‘우한 폐렴’ 초기발병 알리다 체포된 中 의사들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1.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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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보 누리꾼 “정부가 의사들 말 들었다면 지금 같은 일 없을 것”
27일 방역복을 입은 인력이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밖으로 빠져나간 도롱뇽을 잡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27일 방역복을 입은 인력이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밖으로 빠져나간 도롱뇽을 잡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전 세계에 공포를 몰고 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진정 국면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질병 초기발병을 알리다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8명의 의사들이 뒤늦은 긍정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9일 밤(현지시각) 환구시보에 따르면 쩡광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유행병학 수석과학자는 인터뷰에서 이들 8명에 대해 “존경할만하다”고 전했다며 30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수석과학자는 의사들을 향해 “제갈량과 비유될 수 있다. 매우 높이 평가한다. 다만 과학적 판단에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말 온라인에서는 ‘우한 폐렴’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에서 ‘새로운 유형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가 출현했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2003년 사스 발생 당시 사망자 수는 349명에 이른다. 

더욱이 화난 수산시장에서 사스 환자 7명이 나왔다는 글도 온라인에 유포돼 많은 이들을 불안하게 했다. 야생동물을 판매한 화난 수산시장은 현재 ‘우한 폐렴’의 발생지로 알려진 곳이다.  

지난 1일 우한 경찰은 허위 사실을 유포해 시민들을 불안하게 했다는 혐의로 이들 의사 8명을 상대로 형법에 따라 교육 및 비평 등의 처분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접한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정부가 일찍 그 말(8명의 의사들 초기발병 경고)을 들었더라면 지금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글이 누리꾼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특히 중국 당국이 ‘우한 폐렴’ 사태 초기 전염병을 예방하고 통제하는데 노력하지 않고 사회 불안을 막는 데 급급하다 지금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우한 시장도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우한 폐렴’과 관련한 정보 공개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점을 인정했다.

웨이보에서 한 누리꾼은 “그 8명의 의사들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모두 일선 의사다. 슬프고도 우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타임머신을 타고 1개월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우한 폐렴’을 사전에 경고하겠느냐는 물음에 “그래봤자 9명 째 유언비어 유포자로 처리된다”고 중국 정부를 비난한 글도 있었다. 

한편, 지난 28일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8명의 의사들이 올린 글은 완전히 날조된 것은 아니다. 악의적이지도 않다. 이런 소문이 자기 보호 의식을 높혀준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법원은 “만약 대중이 이들의 경고를 믿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소독을 철저히 할 뿐 아니라 야생동물 시장에 가지 않았다면 다행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위사실 관련 정보 유포자와 전파자의 주관적 악의 정도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보가 기본적으로 사실에 부합하며 악의가 없고 심각한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면 이런 허위 정보에 대해 관용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법원은 지적했다. 

daisylee19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