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교민 700여명 아산·진천 수용 유력… 지역 주민 반발
우한 교민 700여명 아산·진천 수용 유력… 지역 주민 반발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1.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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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트랙터로 봉쇄한 진천 주민들. (사진=연합뉴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트랙터로 봉쇄한 진천 주민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우한에 있는 한국 교민 700여명을 전세기에 태우고 귀국해 충남 아산에 있는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각각 격리 수용할 예정인 가운데 이 지역 주민들이 “부적절한 일”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9일 정부는 “우한에 체류 중인 한국 교민을 철수하기 위해 오는 30일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에 전세기를 띄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귀국한 교민들을 어디에 격리 수용할지 확정하지 않았지만 아산과 진천에 있는 공무원교육시설을 유력하게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전날 정부는 충남 천안에 있는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등 2곳을 격리 수용 장소로 고려했으나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다른 곳을 물색하게 됐다.

그러나 아산과 진천 지역 주민 역시 우려를 표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산시 온양5동 이장단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 새마을지도자 등을 주축으로 한 주민 60여명은 이날 오후 1시께부터 트랙터와 경운기 등 농기계 5대를 몰고 와 경찰인재개발원 진입로를 막고 시위 중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천안으로 정했다가 그쪽에서 반발하니 아산으로 바꾼 것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주민 안전대책도 세우지 않고 결정한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아산시의회도 “시민과 함께 반대 운동을 강력히 펼치겠다”며 입장을 확고히 했다.

아산갑을 지역구로 둔 자유한국당 이명수 국회의원은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는 아파트단지를 비롯해 수많은 시민 거주자가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는 우한 교민을 수백명 단위로 특정 시설에 수용하면 대규모 감염이 있을 수 있으므로 나눠서 다수 시설에 분산해 수용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진천 주민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진천군과 군의회 주민들은 “군 덕산읍과 음성군 맹동면 일대에 조성된 충북 혁신도시는 11개 공공기관뿐 아니라 아파트가 밀집돼 있으며 2만6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며 “우한 교민을 격리 수용하기에 부적절한 입지”라고 주장했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반경 1km 이내에는 6285가구 1만7237명이 거주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대승적 차원에서 우한 교민을 수용하는 게 맞다”면서도 “천안에서 반발하니까 진천으로 변경하면 주민들이 선뜻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진천·음성·증평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은 “정부가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격리 시설을 결정하려 한다”며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격리 시설을 변경하라”고 촉구했다.

진천 주민 30여명은 현재 트랙터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정문을 봉쇄하며 반발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천안에 이어 아산, 진천에서도 거센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낼지 주목된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