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우한폐렴' 예의주시…소비위축·마케팅 축소 우려
식품업계 '우한폐렴' 예의주시…소비위축·마케팅 축소 우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1.2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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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오리온·매일·인삼공사·삼양 등 당장 피해 없어
사태 장기화 시 현지 판매, 수출 어려움 등 난항
농식품부, 모니터링 강화 등 악영향 최소화 노력
중국 베이징의 모 대형마트에서 현지 소비자가 농심 신라면을 들어 보이는 모습. (사진=농심)
중국 베이징의 모 대형마트에서 현지 소비자가 농심 신라면을 들어 보이는 모습. (사진=농심)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급속히 확산하는 가운데, 식품업계의 중국 사업과 수출에는 아직까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소비심리 위축과 마케팅 축소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중국 진출 식품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정부는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산과 소비동향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시장에 진출한 농심과 오리온, 매일유업, KGC인삼공사, 삼양식품 등 주요 식품기업들은 우한 폐렴 확산에 대한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두 번째로 큰 우리 농식품 수출시장이다. 한동안 상승세를 보였던 중국 수출은 사드 보복으로 2016년 14억7400만달러(수산 포함, 1조7300억원)에서 2017년 13억6000만달러(1조6000억원)로 주저앉았다가 2018년 15억달러(1조7700억원), 2019년 16억3000만달러(1조9200억원)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수출확대 차원에서 중국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식품박람회 참가와 케이푸드 페어(K-Food Fair)와 같은 이벤트 개최는 물론 수출품목별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추진하며, 식품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지원할 방침이었다. 특히 국제식품박람회는 올 상반기에만 베이징유아용품박람회(3월), 상하이 SIAL CHINA(5월), 광저우식품박람회(6월) 등 규모와 상징성이 큰 행사들이 집중됐다.  

국내 기업은 현재로선 중국 내 제품 생산과 유통, 판매에 애로가 있거나, 수출길이 막히는 등의 타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이 해외 매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농심은 현지 법인과 함께 상하이와 칭다오를 비롯한 4곳에 라면과 제과, 생수를 제조하는 공장을 운영 중이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오리온도 법인을 중심으로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6개 공장에서 파이류와 스낵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 농심과 오리온 공장은 춘절(春節, 중국의 설) 휴무로 가동은 쉬고 있지만, 연휴가 끝나는 다음 달 초 공장이 재개되면 우한 폐렴 상황을 집중 점검·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중국정부가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춘절 연휴를 2월2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현지 법인과 공장은 전사휴무”라며 “별도의 특이사항은 접수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춘절 연휴가 끝난 후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며, 중국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추이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지난해 중국에서 최대 수출액을 경신한 삼양식품과 분유·컵커피 등을 중국에 판매하고 있는 매일유업, 정관장 인삼을 현지에 공급 중인 KGC인삼공사의 중국 수출도 현재까지 차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베이징 국제식품박람회에 운영된 한국관 모습. (사진=aT)
지난해 베이징 국제식품박람회에 운영된 한국관 모습. (사진=aT)

하지만 식품업계는 우한 폐렴이 장기화될 경우, 현지 소비위축과 함께 제품 프로모션 등 마케팅을 진행하는데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서 2002~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소매 판매가 한동안 급감했다.

때문에 중국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라면과 과자, 음료 등 한국식품이 우한 폐렴으로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현지 판매는 물론 수출도 주춤할 가능성은 크다.

라면의 지난해 대(對)중국 수출액은 1억2443만달러(약 1462억원)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33.4% 늘었고, 과자는 2.9% 늘어난 6315만달러어치(743억원)가 유통됐다. 음료 역시 24.1% 증가한 5771만달러(679억원)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보인 상황이다. 

농심 관계자는 “우한 폐렴이 확산되면 아무래도 중국 소비자들이 외부 출입을 삼갈 것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채널에서의 프로모션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지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데 제한이 클 것이고, 이에 따른 소비위축도 일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 식품의 중국 수출에 우한 폐렴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련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박람회 참가는 한국식품 홍보와 기업 진출에 큰 도움이 되는데, 우한 폐렴으로 당장 3월에 있는 베이징유아용품박람회 참가 여부를 고민 중”이라며 “중국의 주요 권역별로 있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지사를 통해 현지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우한 폐렴이 식품기업의 중국 진출과 수출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