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2조원대 비건시장 '정조준'
유통업계, 2조원대 비건시장 '정조준'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1.2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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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인구 150만명…10년 새 10배 성장
롯데마트몰, 570여종 비건상품 기획전
CU·세븐일레븐 등 채식간편식 판매
하이트진로, 프랑스산 비건와인 출시
(제공=롯데쇼핑)
(제공=롯데쇼핑)

유통업계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채식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비건(Vegan, 엄격한 채식주의자)에 대한 높은 관심과 착한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며 채식 상품을 찾는 소비자 니즈(Needs)가 지속적으로 늘어나자, 이를 겨냥한 다양한 상품과 기획전을 통해 관련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28일 유통업계와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에서 고기나 생선을 먹지 않는 채식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웰빙(Wellbeing)이 주요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상품을 구매할 때 내 주변의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착한 소비’가 각광받으면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08년만 해도 국내 채식인구는 15만명 정도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50만명에 육박하며 10년 새 10배 증가했다. 우유·달걀 등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먹지 않는 비건 인구도 50만명에 이르고 있다. 관련 시장규모만 2017년 기준 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채식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관련시장의 잠재력도 커지면서, 유통업계는 이에 발맞춰 채식인구를 겨냥한 비건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롯데마트는 온라인 ‘롯데마트몰’을 통해 1월30일부터 2월29일까지 약 한달 간 570여종의 비건 상품을 한 데 모은 ‘비건 상품 기획전’을 운영한다. 이번 기획전은 과일·채소·스낵·간편식 등 먹거리뿐만 아니라 생활용품과 화장품까지 비건과 관련한 다수의 상품만을 모아 놨다.

주요 상품으로는 10가지 채소로 만든 ‘오뚜기 채황라면’과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으로 알려진 ‘발레아(Balea)’ 등이 있다. 롯데마트가 한국 비건인증원의 인증을 받고 이달 초 출시한 PB(Private Brand, 유통업자 주도형 상품) 브랜드의 식물성 마요네즈 제품 ‘해빗 건강한 마요’도 판매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비건상품을 구매하는 수요가 늘고 있지만, 온라인몰은 상품 상세 페이지에 접속해야 원재료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보다 비건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다소 번거로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기획전은 비건 상품만 따로 모아놨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채널 CU의 채식주의 간편식과 세븐일레븐의 채식간편식. (사진=BGF리테일, 세븐일레븐)
편의점 채널 CU의 채식주의 간편식과 세븐일레븐의 채식간편식. (사진=BGF리테일, 세븐일레븐)
롯데마트의 PB 비건 마요네즈 '해빗 건강한 마요'와 하이트진로의 비건와인 '나뚜라에' 2종. (사진=롯데마트, 하이트진로)
롯데마트의 PB 비건 마요네즈 '해빗 건강한 마요'와 하이트진로의 비건와인 '나뚜라에' 2종. (사진=롯데마트, 하이트진로)

편의점도 비건 인구를 겨냥한 채식 간편식을 출시하며 관련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지난해 11월 통밀과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고기를 원재료로 한 버거와 도시락, 김밥 등 3종으로 구성된 채식주의 간편식 제품을 출시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같은 달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의 식물성 대체 육류 ‘언리미트(Unlimeat)’를 주재료로 한 만두와 버거, 김밥을 내놓으며 채식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e)커머스 채널 중에는 BGF리테일의 ‘헬로네이처’가 지난해 7월 별도의 비건존을 구성하고 대체육·비건김치를 비롯한 동물성 성분이 없는 식음료와 생활용품 등 200여종의 상품을 판매하는 ‘원스톱 비건 장보기’ 서비스를 도입했다.

채식주의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주류 상품도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말 남프랑스 산지의 비건 와인 ‘제라르 베르트랑 나뚜라에(Gerad Bertrand Naturae, 이하 나뚜라에)’ 와인을 처음 출시했는데, 포도 재배부터 와인 병입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동물성 원료는 물론 산화방지제를 비롯한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았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