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이후 북한의 보유외화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은 북한의 물가·환율이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28일 발간한 BOK경제연구 ‘달러라이제이션이 확산된 북한경제에서 보유외화 감소가 물가·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대북제재 확산으로 북한이 무역적자와 보유외화가 감소했지만 물가와 환율은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기준 북한의 거래용 외화는 10억~23억5000만달러, 가치저장용 외화는 20억1000만~42억8000만달러로 이를 모두 합한 외화는 30억1000만달러에서 66억3000만달러 사이 미국 달러화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평균 원/달러 환율(1,053.12원)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3조2000억원에서 7조원가량의 미 달러를 갖고 있던 셈이다.

북한이 보유한 달러 가운데 금고 등에 보관된 가치저장용 외화는 20억1000만~42억8000만달러가량, 냉장고나 TV 등 수입품 거래 등에 사용되는 거래용 외화는 10억~23억5000만달러 수준이었던 것으로 연구원은 추정했다.

한은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문성민 선임연구위원과 금융통화연구실 김병기 실장은 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국민소득 대비 통화량 비율을 토대로 북한의 전체 통화량을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보유한 외화는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2014~2016년까지 연 1억달러 내외씩 줄어들다 2017년부터는 10억달러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현재 북한의 물가와 환율은 안정된 모습이다. 북한은 2010년 화폐개혁으로 환율과 물가가 급등했는데 2013년부터는 모두 횡보했다. 북한 원화의 가치는 2017년 1분기 달러당 8043원에서 2019년 3분기 8091원으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쌀가격 역시 횡보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들은 북한이 가치저장용 외화만 소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거래용 외화까지 소진되기 시작하면 북한 내 환율과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성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내 환율과 물가가 뛰기 시작한다면 북한 내 달러가 상당 부분 소진됐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며 “달러가 고갈되면 북한은 과거 우리나라의 외환위기와 비슷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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