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 정부, 위기경보 ‘경계’로 격상
‘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 정부, 위기경보 ‘경계’로 격상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1.27 1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한 거주자 6430명 한국행… 중앙사고수습본부 가동 대응
우한 폐렴 안내문이 붙은 분당서울대병원. (사진=연합뉴스)
우한 폐렴 안내문이 붙은 분당서울대병원. (사진=연합뉴스)

한국에서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 네 번째 50대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정부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하고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27일 보건복지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 제1차 회의를 열고 “국내 지역사회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파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감염병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각종 재난 발생 시 위기 상황에 따라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로 경보를 발령하고 각 부처는 단계별로 지침에 따라 대응한다. 위기경보가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된 만큼 우한 폐렴에 이전보다 강력한 대응이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복지부는 이날부터 복지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하기로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질병관리본부의 방역업무 지원과 지역사회 감염 확산 방지 업무를 하게 된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위기경보 격상에 따라 선제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인력, 시설, 장비 등 가용 자원도 최대한 동원해 정부 차원에서 입체적이고 포괄적인 대책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중국 전역을 검역대상 오염지역으로 지정하고 오는 28일부터는 감염병 사례 정의를 확대해 더 철저한 검역과 환자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검역 현장에는 복지부 소속 직원, 국방부, 경찰청, 지자체 등 약 200여명이 추가 배치된다.

아울러 바이러스 추가 확산에 대비해 의심환자 격리병상, 접촉자 격리시설 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이 외 국립중앙의료원 기능을 우한 폐렴 환자 진료 중심으로 기능을 전환하고 시군구별 보건소, 지방의료원 등 선별 진료소를 지정하기로 했다. 곧 의약단체와 협의해 의료기관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이는 이날 한국에서 네 번째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오면서 위기 고조에 따른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지난 20일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이후 일주일 새 4명의 확진자가 나오게 됐다.

중국 우한시에 거주하는 35세 중국 국적의 여성이 한국 여행을 위해 인천으로 입국하다가 첫 격리 됐고, 24일 중국 우한시에 근무하는 55세 한국인 남성이 귀국하던 중 검역 과정에서 이상 증세로 감시를 받아 두 번째 확진을 받았다.

이어 전날에는 우한시에서 거주하다 일시 귀국한 54세 한국인 남성이 보건소 검사에 따라 확진자로 판명됐다. 특히 이 남성은 귀국 후 5일가량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지역사회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져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들 확진자는 현재 인천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등에서 각각 치료 중이다.

그리고 이날 중국 우한시에 방문했다가 귀국한 55세 한국인 남성이 또 확진을 받게 됐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환자의 이동 동선을 따라 심층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24일부터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한국도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확진자가 네 명에 그치고 있으나 앞으로 확진자가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한 거주자 상당수가 한국으로 도피했기 때문이다. 이날 중국 제일재경망 항공 이동 추이에 따르면 우한에서 출발한 탑승객 6만5853명이 베이징으로 향했고 5만7814명이 상하이로, 5만5922명이 광저우로 이동했다. 청두로도 5만4539명이 이동했다.

또 해외로 떠난 우한 탑승객은 태국이 2만558명으로 가장 많았고 싱가포르(1만680명), 도쿄(9080명), 한국(6430명) 순이었다. 우한 거주자 중 상당수가 도피처로 한국행을 택한 결과다.

이들이 한국 이곳저곳을 누빌 경우 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급속도로 많아지게 되고, 이에 따른 확진자 수도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 보건당국은 현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감염이 확산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한편 우판 폐렴은 현재 전 세계로 확산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감염자를 2700명대로 봤지만 이미 10만명 이상이 감염됐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중위생 전문가인 닐 퍼거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교수는 “내가 아는 한 감염자는 현재 10만명에 이를 것”이라며 “실제 감염자 수는 중국 보건당국 등을 통해 알려진 2000여명을 크게 웃돌 것이다”고 전망했다.

우한 폐렴은 사스와 달리 감염자에 별다른 초기 증세가 발견되지 않아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수많은 사람이 감염됐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