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후 농협회장 선거…역대 최다 후보에 결과 안갯속
나흘 후 농협회장 선거…역대 최다 후보에 결과 안갯속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1.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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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강호동·유남영·이주선 4파전에 무게
막판 '합종연횡'에 초·재선 대의원 표심 중요
선거판도 영향 끼치는 요인 많아 예측 어려워
농협중앙회 본관에 걸린 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현수막. (사진=박성은 기자)
농협중앙회 본관에 걸린 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현수막. (사진=박성은 기자)

전국 250여만 조합원과 30여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농협의 얼굴인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1월31일 치러진다. 24대 농협회장 선거에는 역대 최다인 10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불과 나흘 앞둔 상황에서 선거의 향방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구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농업계 안팎에서는 이성희·강호동·유남영·이주선 등 일부 후보들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지만, 선거 막판까지 후보들 간의 합종연횡과 대의원의 70%가량을 차지한 초·재선 조합장들의 표심, 결선투표제 등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해 선거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농업계에 따르면 이번 24대 농협회장 예비후보에는 13명이 나섰으나 본 후보에는 10명이 최종 등록했다. 이는 지난 1988년 농협중앙회장을 선출직으로 바꾼 이후 역대 가장 많은 후보군이다.

이들은 추첨으로 기호를 결정했다. 기호 순으로는 △1번 이성희(70세) 전(前) 낙생농협 조합장 △2번 강호동(56)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3번 천호진(57) 전 농협가락공판장 사업총괄본부장 △4번 임명택(63) 전 화성 비봉농협 외 4개 조합 지도부장 △5번 문병완(61) 보성농협 조합장 △6번 김병국(68) 전 서충주농협 조합장 △7번 유남영(64) 정읍농협 조합장 △8번 여원구(72) 양서농협 조합장 △9번 이주선(68) 송악농협 조합장 △10번 최덕규(69) 전 가야농협 조합장이다.

이들 후보는 선거 전날인 1월30일까지 선거공보와 전화(문자메시지 포함), 온라인, 명함 등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역대 최다인 10명의 후보들이 농협회장 선거에 나서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농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외 인지도와 경력, 선거경험 등을 기준으로 이성희·강호동·유남영·이주선 등의 4파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1월31일 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10명의 후보가 나선 가운데, 우세가 점쳐지는 4인. (사진 좌측부터 기호 순으로) 이성희 후보, 강호동 후보, 유남영 후보, 이주선 후보. (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1월31일 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10명의 후보가 나선 가운데, 우세가 점쳐지는 4인. (사진 좌측부터 기호 순으로) 이성희 후보, 강호동 후보, 유남영 후보, 이주선 후보. (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경기 권역의 이성희 후보는 세 차례의 농협회장 선거 경험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가면서 전국 곳곳에 이 후보를 돕는 조직들의 세(勢)가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7년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을 지내 농협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평도 얻고 있다. 이 후보가 농협 회장에 당선될 경우 경기 출신 첫 농협중앙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다.

영남 권역의 강호동 후보는 지난해 11월 농협중앙회 이사회를 통해 일찍 출마의사를 밝힐 정도로 자신감이 크다. 가장 많은 대의원을 확보한 영남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1963년생으로 후보들 중에 가장 젊어 ‘세대교체’라는 신선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호남 권역의 유남영 후보는 전북지역 최다선(6선) 조합장으로, 지역 내에서 리더십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호남 출신의 김병원 직전 회장과의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전 회장 조직들이 유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이주선 후보의 경우 9선 조합장 경력에 농협중앙회 이사도 오랫동안 지내 인지도가 높고, 카리스마가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 후보 역시 농협 회장에 당선되면 충청지역 첫 중앙회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농협회장 선거는 간선제로 치러진다. 전국 1118개 농협조합장 가운데 지역별로 배분된 292명이 선거 당일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지역별 투표권 비중에서 가장 많은 대의원을 보유한 지역은 영남으로 90명이다. 이어 호남이 63명, 충청 55명, 서울·경기 54명, 강원 24명, 제주 6명 순이다.

비중을 따지면 영남권역 후보가 가장 유리하다. 하지만 농협회장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못 얻을 시에는 득표 1·2위 후보 간의 최종 결선투표를 하게 된다.

농업계는 이번 선거가 이전의 3~4명으로 압축된 것과 달리 다수 후보들이 경쟁하기 때문에 1차에서 과반을 얻을 경우는 더욱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2차 결선 투표에서 1차에 떨어진 후보들의 표가 어디로 가는지에 따라 예상치 못한 후보가 회장에 당선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2016년에 치러진 23대 선거의 경우, 당시 이성희 후보는 1차 투표에서 104표, 2위 김병원 후보는 91표를 얻어 과반수 득표가 안 돼 2차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여기서 3위인 최덕규 후보의 지지자들 표가 2위 김병원 후보에 쏠리면서, 막판에 승부가 뒤집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투표에 참여하는 대의원 표심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전 선거에서는 3선 이상의 조합장들이 대의원의 다수를 차지했으나, 지난해 3월 전국 조합장 선거를 통해 초·재선 조합장이 대거 선출되면서, 대의원의 70%가량이 물갈이 된 상황이다. 이들 투표성향에 따라 선거판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농협회장 선거는 다수 후보에 변수가 많아 과거 선거보다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다”며 “영호남 세가 가장 크지만, 선거 직전까지 후보 단일화라는 가능성과 함께 당일 1차 투표 결과에 따라 의외의 후보가 당선될 여지도 있어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