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미국 매우 중요한 역할…北도 협상 기회 잡아야"
반기문 "미국 매우 중요한 역할…北도 협상 기회 잡아야"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1.2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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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과학자회 행사서 정권 교체 상관없이 합의 이행 신뢰 취지 발언
대북제재 완화 관련 "북한이 국제사회가 수긍할 역할 하면 논의될 것"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3일(현지 시각)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해 미국 역할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협상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비판하면서 미국의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북한에 합의 이행에 영향이 없을 것이란 신뢰를 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서는 북한이 국제사회가 수긍할 만한 조치에 나설 경우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반 전 총장은 미국 핵과학자회(BAS)가 워싱턴DC에서 연 지구종말 시계 공개 행사에 참석해 “핵보유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미국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을 때, 그리고 모든 한국인이 북한을 끌어안고, 한국이 그들을 뭐든 도울 준비가 돼 있을 때 북한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과 탄핵심판에 신경 쓰고 있어 북미 협상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치적 상황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지만,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미국의 이란 핵합의와 기후협약 탈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가정해 보건대 북한이 진지하게 비핵화 프로세스에 관여했는데, 또 (미국에) 행정부 교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북측에 좋은 인센티브를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이 합의되든 존중돼야 한다고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이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합의 이행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신뢰를 북측에 줘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은 “미국이 유엔 헌장의 원칙과 가치에 근거해 글로벌 리더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정말로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 “일방적으로 북한이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미국이 혼자 (제재)한 것도 아니고, 안보리 전체, 국제사회가 제재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어느 정도 국제사회가 수긍할 만한 역할을 할 경우 자연히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비판한 점과 관련해 “이 협상을 10년간 열정을 갖고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당연히 제가 어떤 사람보다 실망이 클 수 있다”며 “제가 현직 유엔 사무총장이 아니니까 좀더 자연스러운 입장에서 비판적 입장을 얘기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비판이 아니라 우정어린 충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