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우한 폐렴' 확산세… '봉쇄령' 늦었다
심상치 않은 '우한 폐렴' 확산세… '봉쇄령' 늦었다
  • 박선하 기자
  • 승인 2020.01.2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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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및 사망자 폭발적 증가… 중화권도 환자 속출
감염병 확산 가능성 크다… "떠날 사람 다 떠났다"
중국 우한에서 출발한 여객기 승객들이 23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호주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출발한 여객기 승객들이 23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호주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이미 중국 전역에서는 우한 폐렴 환자와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고, 나아가 전 세계로 감염병이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의 통제를 위해 뒤늦게 '우한 봉쇄령' 카드를 꺼냈으나,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기간에 접어든 만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 환자 및 사망자 폭발적 증가… 결국 '우한 봉쇄'

우한시 정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지휘부는 23일 오전 10시(현지시간) 긴급 성명을 통해 사실상 우한에 대한 전면적인 봉쇄 조치를 내렸다.

우한을 떠나는 항공편과 기차, 장거리 버스 운영이 잠정 중단되고, 시내버스와 지하철, 페리 등 도시 내 대중교통 운영을 전면 중단하는 긴급 조치도 함께 내려졌다.

전날에도 우한시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야생동물의 우한 진입을 금지하고 불법으로 동물을 운송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강력히 단속하는 등 조치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미 중국 전역의 우한 폐렴 확진환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보건당국 발표 등을 살펴보면 전날 기준 확진 환자는 540명을 넘어섰다.

특히 우한시 후베이성 정부가 전날 오후 10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후베이성의 우한 폐렴 확진자는 444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17명이 사망했다.

중국 뿐 아니라 중화권 전체도 우한 폐렴의 공포가 커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중국중앙TV 등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온 관광객 1명이 전날 오후 마카오에 입국하면서 검역 과정에서 발열 증세를 보여 격리됐다.

전날에도 우한에서 마카오로 여행 온 중국인 1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마카오에서 확진자만 총 2명이 나왔다.

홍콩도 확진자가 나왔다. 우한을 방문했던 39세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56세 남성도 양성 판정을 받아 격리 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대만도 확진자 1명이 나온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 태국, 일본,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도 확진환자가 발견되고 있다.

◇ "이미 300만명 우한 떠났다"… '뒷북 행정' 비난

문제는 우한 폐렴이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연인원 30억 명이 이동한다는 춘제 연휴 기간에 접어든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뒤늦은 봉쇄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중국 6대 도시의 하나로도 꼽히는 우한은 인구가 1100만 명에 달하는 대도시다. 따라서 우한을 전면 봉쇄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이미 200만 명에서 3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우한을 떠났다는 소문도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날 밤부터 우한 봉쇄령이 내려진다는 소식이 온라인 등을 통해 퍼지면서 우한 기차역과 공항 등은 이 지역을 급히 탈출하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환자가 가장 많은 우한시의 의료시설이 매우 부족해 감염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은 우한 폐렴 치료를 위한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우한시 셰어 병원에는 전날 100여 명의 환자가 진찰을 받기 위해 대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폐렴 증상을 보였으나, 병실 부족으로 인해 격리병동 입원이 허용되지 않았다.

대기 환자들의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는 마스크가 전부인 아찔한 모습도 보였다. 의료진들은 보호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자 중국 정부의 '뒷북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는 "정부는 왜 이제야 도시를 봉쇄하는지 모르겠다" "이미 너무 늦었다" "이미 고향에 갈 사람은 다 떠났다" "희망이 안보인다" 등의 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