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준법감시위, 시작부터 부족했던 '준법의지'
[기자수첩] 삼성준법감시위, 시작부터 부족했던 '준법의지'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01.2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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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위반 사안 발견 시 사법기관에 고소·고발을 할 겁니까?”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이 이달 초 가진 기자간담회에선 이 같은 질문이 수차례 반복됐다. 만족할만한 답변이 나오지 않은 탓이다.

김 전 대법관은 ‘법위반 사안이 발견되면 조사한 뒤 직접 징계, 고발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해야 할 상황이면 예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위원장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공식 출범 이전 개인 소견을 전제로 드리는 말씀’ 등 다소 모호한 답을 내놨다.

준법감시위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정권과 기업 간의 부적절한 관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마련되는 외부 감시기구다.

삼성의 주요 7개 계열사들로부터 운영자금을 지원받지만, 한명을 제외한 모든 위원이 외부 인물로 구성된다. 기업이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법을 준수하기 위해 외부 기구를 세운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지만, 한국 재계 선두인 삼성이 변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김 전 대법관은 이날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위원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직접 보장받았다고 했다. 그는 ‘실패는 커다란 불명예로 남을 것’이라며 두려워하면서도, 최고경영진의 불법행위까지 성역 없이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불법행위에 대한 고소고발 조치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선 실망감을 낳는다. 불법행위를 감지하도고 사법기관에 고소고발이 없다면 기업의 사내 윤리위원회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고발여부를 결정한다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죄의 경중을 따지는 건 사법부의 역할로, 위원회는 감시에 충실해야 한다.

최근 가득이나 위원회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쏟아진다. 삼성이 그간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마련한 재발방지 대책은 유명무실했고, 이번에 마련하는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의 양형을 줄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받는다. 준법감시위와 위원장이 좀 더 의지를 가지고,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