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부, 호르무즈에 '독자적 파병'… 외교적 절충안
(종합) 정부, 호르무즈에 '독자적 파병'… 외교적 절충안
  • 박선하 기자
  • 승인 2020.01.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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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에 美·이란과 관계 따져… "유사시 신속대응"
국방부가 21일 호르무즈해협 일대로 파견한 청해부대 왕건함 모습. 사진은 지난달 27일 부산해군작전사령부에서 왕건함이 출항하는 모습. (사진=해군작전 사령부)
국방부가 21일 호르무즈해협 일대로 파견한 청해부대 왕건함 모습. 사진은 지난달 27일 부산해군작전사령부에서 왕건함이 출항하는 모습. (사진=해군작전 사령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청해부대의 독자적인 파견을 결정했다.

국방부는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청해부대는 미국이 희망한 IMSC(국제해양안보구상·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일본도 호위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해상자위대 소속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 1대(병력 260여명 규모)를 중동 해역에 파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국방부는 청해부대가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나, 필요한 경우에는 IMSC와 협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청해부대 소속 연락장교 2명을 IMSC 본부에 파견하기로 했다.

정부가 청해부대를 호르무즈로 보낸 것은 한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중동 지역에는 약 2만5000명의 우리 교민이 거주하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 일대는 우리 원유 수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또 호르무즈는 한국 선박이 연 900여 회 통항하고 있어 유사시 우리 군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곳이기도 하다.

만약 중동에 있는 우리 국민을 신속하게 대피시켜야 할 상황이 벌어진다면 청해부대가 수송선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작년 5월 중동지역에 긴장이 고조됐고, 이후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왔다"면서 "이번 결정을 통해 중동지역 일대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결정을 통해 미국은 물론 이란과 관계까지 고려한 외교적 절충안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모든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이란을 의식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IMSC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국방부는 미 국방부에 한국의 결정을 사전에 설명했으며, 이란에도 외교경로를 통해 사전 설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 측은 한국의 결정을 환영하고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란은 한국 결정을 이해한다고 하면서 자국의 기본 입장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헌편, 청해부대는 링스(Lynx) 해상작전 헬기 1대와 고속단정 3척을 탑재한 구축함 1척(4000t급 이상)으로 구성되며 인원은 320명 이내다.

부대는 6개월 주기로 교대하며 지난달 부산에서 출항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4400t급)이 이날 30진 강감찬함(DDH-Ⅱ·4400t급)으로부터 임무를 넘겨받을 예정이다.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임수를 수행하는 것은 왕건함이다. 왕건함은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 헬기(링스)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명으로 구성됐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