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50대기업 해부44] 엔씨소프트, 해외시장에 '성공 DNA' 심는다
[신아-50대기업 해부44] 엔씨소프트, 해외시장에 '성공 DNA' 심는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01.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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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IP' 정점 찍고 글로벌 진출…신작 줄줄이 대기
역경 딛고 웹툰·캐릭터 등 다양한 영역서 생태계 확장
PC온라인 게임 리니지로 성장한 국내 1세대 게임사 엔씨소프트는 넥슨, 넷마블과 함께 게임업계 3대 기업으로 꼽힌다. 사진은 판교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R&D 센터.(이미지=엔씨소프트)
PC온라인 게임 리니지로 성장한 국내 1세대 게임사 엔씨소프트는 넥슨, 넷마블과 함께 게임업계 3대 기업으로 꼽힌다. 사진은 판교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R&D 센터.(이미지=엔씨소프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엔씨소프트는 작년 3분기 기준 자산 3조2008억원의 게임사로, 넥슨, 넷마블과 함께 우리나라 게임 산업을 이끄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이 리니지 IP(지식재산권)를 바탕으로 내놓은 게임들은 PC온라인을 넘어 모바일 게임시장까지 점령하며, 장기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엔씨소프트는 올해 그간 부진했던 글로벌 진출에 힘을 싣고, 게임과 관련성 높은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미지=엔씨소프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미지=엔씨소프트)

◇자본금 1억원서 시작…리니지로 성공

엔씨소프트는 창업주인 김택진 대표를 정점으로 국내 4곳, 해외 8곳 등 총 12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국내선 작년 3분기 기준 엔씨아이티에스(100%)와 엔씨소프트서비스(100%), 엔씨다이노스(100%), 엔트리브소프트(98%)를 계열사로 보유 중이다.

해외 계열사로는 퍼블리싱에 주력하는 엔씨재팬(100%), 앤씨유럽, 엔씨타이완(85%)과 함께 캐나다 게임개발사 ‘THIS GAME STUDIO(40%)’, 미국 게임 퍼블리싱과 개발 지주사격인 엔씨웨스트홀딩스(100%)를 소유하고 있다.

엔씨웨스트홀딩스는 엔씨인터렉디브와 아레나넷의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 넥슨과 비교하면 계열사가 다소 적은 편이지만, 게임 외 다양한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엔씨소프트가 출자한 법인(계열사 포함)은 총 40여곳이며, 지분의 장부가액은 7840억원에 달한다.

1997년 자본금 1억원의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출발한 엔씨소프트가 20여년만에 중견그룹 수준으로 성장한 셈이다. 2000년 58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작년 기준 1조7151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직원 수도 307명에서 3458명으로 늘었다.

엔씨소프트의 이 같은 성장은 ‘리니지’에서 시작됐다. 엔씨소프트는 설립 이듬해인 1998년 PC온라인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를 선보이며 게임업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당시 초고속 인터넷 보급과 함께 PC방 사업이 활기를 띠던 시절로, 리니지는 출시 이듬해 PC방 점유율 1위(33%)를 차지하며 우리나라 게임시장의 부흥을 이끌었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성공을 발판으로 다양한 PC 온라인 MMORPG 타이틀을 제작해 시장에 내놨다. 다른 게임사들이 외부 게임을 가져와 공급할 때도 자체 제작 타이틀을 고수했고, 장기 서비스에 집중했다.

리니지는 20여년이 지난 현재도 서비스 중이며,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길드워2 등도 엔씨소프트에 지속적인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를 정점으로 국내외에 게임서비스관련 업체와 야구구단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위 지분구조는 국내 계열사만 포함됐습니다.(이미지=사업보고서 재구성)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를 정점으로 국내외에 게임서비스관련 업체와 야구구단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위 지분구조는 국내 계열사만 포함됐습니다.(이미지=사업보고서 재구성)

◇모바일 게임시장 지각생, 결론은 ‘리니지’

역경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2010년 초부터 주류로 떠오른 모바일 게임에 대응이 늦어지면서, 매출정체를 겪었다.

엔씨소프트는 2012년 희망퇴직을 신청 받아 400명의 직원을 내보냈고, 2015년도엔 모바일 게임시장에 주력한 넷마블에 매출 면에서 뒤처졌다.

엔씨소프트는 다수의 외부 업체에 지분투자를 단행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도 했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엔씨소프트가 자금을 투자한 외부 기업 또는 투자조합은 약 30곳에 달한다. 특히 드론업체 ‘바이로봇’ 또는 미국 교육용 앱 업체 키드앱티브에 투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돌파구를 ‘모바일’과 ‘리니지’에서 찾았다. 이들이 2016년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한때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1위에 올랐고, 이듬해 6월 론칭한 모바일 MMORPG 리니지M은 약 30개월간 앱마켓(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작년 말 출시한 리니지2M은 리니지M이 지키던 앱마켓 매출 선두자리를 이어받았고, 현재 엔씨소프트는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매출 1~2위를 석권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는 엔씨소프트가 작년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에서 퍼블리셔별 매출 점유율 21.5%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했다.

넷마블이 11.7%로 2위에 올랐고, 넥슨(5.1%), 카카오게임즈(3%), 슈퍼셀(2.6%)이 뒤를 이었다. 증권가에선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연이은 흥행에 힘입어 연매출 2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본다.

게임업계는 엔씨소프트가 모바일게임시장에서 성공한 비결로 게임성을 꼽지만,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확실한 과금 정책을 세운 전략이 주효했다고 풀이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돈을 쓰면 강해진다는 방향으로 리니지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실히 잡았다”며 “과도한 과금정책으로 비판도 받지만, 리니지를 접하는 유저들은 일정수준 이상 과금한다는 생각으로 게임에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된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은 약 30개월간 앱마켓 매출 1위를 지키던 리니지M을 밀어내고 선두에 섰다.(이미지=엔씨소프트)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된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은 약 30개월간 앱마켓 매출 1위를 지키던 리니지M을 밀어내고 선두에 섰다.(이미지=엔씨소프트)

◇‘리니지2M’ 등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엔씨소프트는 올해 국내외에 신작 모바일게임을 선보이며 흥행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엔씨소프트가 개발 중인 타이틀은 ‘블레이드앤소울2’, ‘블레이드앤소울S’, ‘아이온2’ 등 3종이다.

‘블레이드앤소울2’는 PC 온라인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의 정식 모바일 후속작이다. 원작 이후의 시대를 배경으로, 전작과 미래를 관통하는 전체 이야기를 담는다.

‘블레이드앤소울S’는 원작에 등장하는 영웅들을 SD(Super Deformed) 캐릭터로 재탄생시킨 게임이다. 원작의 3년 전 스토리를 배경한다. ‘아이온2’는 PC 온라인게임 아이온의 정식 후속작으로, 천년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한 영웅들의 대서사시가 펼쳐진다.

특히 엔씨는 올해 글로벌 사업 확장에 집중할 방침이다. 우선 작년 국내에 출시된 ‘리니지2M’의 해외 서비스를 추진한다.

출시 지역과 시기는 미정이다. 북미법인인 엔씨웨스트는 미국 게임개발사 하모닉스가 개발 중인 음악게임의 퍼블리싱(유통, 서비스)을 준비 중이다. 올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블소S도 해외시장에 선출시를 고려하고 있다.

업계에선 엔씨소프트가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만큼,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한다. 

엔씨소프트의 해외 매출비중은 작년 기준 약 11.6%에 불과하다. 넥슨, 넷마블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60~70%) 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북미·유럽에서 인기를 끄는 길드워2 또는 대만 등지에서 반응이 좋은 리니지M을 제외하면 해외 흥행작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작년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출시한 모바일 아이온도 흥행몰이에 실패했다.

엔씨재팬과 김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사장이 이끄는 엔씨웨스트홀딩스는 작년 3분기 기준 각각 77억원, 70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1월 자본잠식 상태인 엔씨웨스트홀딩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300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엔씨소프트는 캐릭터 브랜드 ‘스푼즈’를 산업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농심의 용기면 신제품 ‘콘치즈면’ 출시에 활용된 스푼즈.(이미지=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캐릭터 브랜드 ‘스푼즈’를 산업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농심의 용기면 신제품 ‘콘치즈면’ 출시에 활용된 스푼즈.(이미지=엔씨소프트)

◇게임과 확장 가능성 높은 콘텐츠 사업도 지속

엔씨소프트는 게임 외 콘텐츠 사업도 꾸준히 이어갈 방침이다. 게임과 연계해 확장 가능성이 높은 IP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웹툰을 비롯해 캐릭터, 영화 등 다양한 영역에 발을 뻗는 등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우선 웹툰 플랫폼 버프툰(BUFFTOON)의 사업 확장이 예상된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초 버프툰을 리뉴얼 하면서 신규 ’만화’ 카테고리와 새로운 웹툰·웹소설 작품을 추가한 바 있다.

또 JTBC콘텐츠허브와 ‘버프툰’의 인기 웹툰 ‘너를 싫어하는 방법’을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했고, 중국 웹툰 플랫폼 텐센트 동만에 버프툰 인기작 ‘럼블 온 더 캠퍼스’를 연재했다. 작년 10월엔 SBS콘텐츠허브와 웹툰, SBS 드라마 IP 제휴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재작년 론칭한 엔씨소프트의 캐릭터 브랜드 ‘스푼즈’도 확장이 예상된다. 엔씨소프트는 작년 4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스푼즈 오프라인 상점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뒤, 다양한 콜라보 사업을 추진했다.

엔씨소프트는 이와 함께 롯데시네마와 제휴를 통해 세 번째 스푼즈 미니게임을 출시하면서, 롯데시네마 부산점, 전주(백화점)점에서 미니게임 체험 이벤트와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