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병언, 세월호 70% 책임… 삼남매 1700억 내라”
법원 “유병언, 세월호 70% 책임… 삼남매 1700억 내라”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1.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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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분향소의 노란 리본. (사진=연합뉴스)
합동분향소의 노란 리본.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관련 국가 구상금 소송 중 첫 승소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미 국가가 지출한 비용 중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분담해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7일 이동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는 국가가 유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유 전 회장의 자녀인 딸 유섬나와 상나, 아들 혁기 씨 등 3남매가 총 170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앞서 상속을 포기한 장남 유대균 씨에 대한 책임은 면했다. 

앞서 세월호 특별법에 ‘사고에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국가는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부분을 들어 사고의 수습 등의 과정에서 손해배상금 등 비용을 선지출했던 국가가 세월호 참사에 책임부분이 있는 유 전 회장과 자녀들 및 청해진해운 주주사 등을 상대로 4213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구상권은 잘못을 저지른 누군가가 부담해야 하는 채무를 대신 졌을 때 원래 채무자에게 돈을 돌려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다. 이에 따라 법원은 유병언 전 회장이 세월의 참사의 원인제공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유 전 회장이 자신의 지분구조를 통해 청해진해운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대표이사를 임명했고 세월호의 도입 및 증·개축을 승인했다는 점에서 세월호를 안전하게 운항하는지에 대한 감시·감독의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 

사고의 핵심은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이 장기간 과적을 하고 고박(결박)을 불량하게 하는 등의 위법행위로 벌어졌기 때문에 유 전 회장은 이를 알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이 감시·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유 전 회장이 책임져야할 범위를 일부 제한했다. 

수색·구조를 위한 유류비·조명탄비·인건비·피해자 배상금·장례비·치료비 등 3723억원에 대해서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정조사와 세월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의 운영 등 국가의 작용에 관련한 비용·공무원 수당·추모사업 관련 비용 등은 구상권의 범위에서 제외됐다. 

법원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모든 비용을 원인제공자에게 구상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국가에 부여한 국민 생명 보호 의무 등을 모두 전가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정된 3723억원 중, 유 전 회장의 세 남매가 책임질 부분은 70%에 해당하는 2606억원이다. 

국가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가사무를 맡은 해경의 부실 구조·한국해운조합 등의 부실 관리도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유 전 회장의 책임을 70%로 책정했고 국가의 책임을 25%로 정했다. 나머지 5%는 화물 고박을 담당한 회사에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인정한 2606억원에 대해서는 유 전 회장의 삼남매가 3분의 1씩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선주배상책임공제계약 등에 따라서 이미 공제됐던 금액은 제외해 실제 이들이 지급할 금액은 약 1천00억원이다. 

한편, 국가는 유 전 회장의 장남인 유대균(49) 씨에 대해서도 구상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장남은 적법하게 상속 포기가 이뤄졌기에 구상금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선고의 내용은 국가가 세월호 사건과 관련, 책임자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에서 최초의 승소 사례로 기록됐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