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서 ‘여객기 격추’ 비판 집회… 국내외 비난 봇물
테헤란서 ‘여객기 격추’ 비판 집회… 국내외 비난 봇물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1.1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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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저녁 이란 수도 테헤란의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 앞에서 추모집회를 하는 대학생들. (사진=테헤란/연합뉴스)
지난 11일 저녁 이란 수도 테헤란의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 앞에서 추모집회를 하는 대학생들. (사진=테헤란/연합뉴스)

이란이 시끄럽다.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와 관련해 이란을 향한 비난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테헤란서 ‘여객기 격추’ 항의 시위가 연일 벌어지며 국외 뿐 아니라 국내 반대세력의 비난에도 직면한 까닭이다. 

단지 노후한 비행기의 추락으로 비춰질 수 있었던 이번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은 그러나 이란 정부가 격추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국외 뿐 아니라 국민들조차 등을 돌리고 있는 실정.

더욱이 이란은 이번 사고의 책임에 대해 미국을 탓하면서도 미국과의 대화를 강조해 향후 이란의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이란 대학생들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아미르카비르 대학 앞에서 혁명수비대 미사일에 격추된 바 있는 우크라이나 여객기 희생자 추모식을 한 뒤 비판 집회를 열었다고 연합뉴스가 13일 AP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서 대학생들은 여객기 격추 당시 부인했던 이란 군부와 정부를 비판하며 동시에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처럼 이란 혁명수비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며 이란은 국내외의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또한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샤히드 베헤슈티공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 수백명도 집회를 열고 여객기 격추 피해자들을 애도했다. 

이들은 반정부 구호를 연호하며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이란 ISNA 통신이 보도했다. 

SNS(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시위 영상에서 시위대들은 “정부는 우리의 적이 미국이라고 거짓말하고 있다. 우리의 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외쳤다. 

영상 속 집회 장소 바닥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기가 그려져 있다. 다만 시위대 대부분은 이를 밟거나 모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피해 서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영국 국영 방송국 BBC는 “시위대가 정부의 반미 선전에 대한 거부 의사를 명백하고 상징적으로 드러내려는 행동”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이날 시위대의 확산을 막기 위해 테헤란 곳곳에 경찰을 배치했다.

SNS에 퍼진 시위 영상 속 테헤란로는 자욱한 최루가스로 가득 찼고,  시위대들은 옷을 이용해 코·입을 가린 모습이 담겼다.

반면 이란 국영 매체들은 시위가 평화적으로 끝나 모두 해산했다고 보도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이란 정부의 이같은 모습이 이란 대학생들의 반정부 시위를 더욱 격화시키는 양상 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 시위대와 관련해 SNS에 올라온 영상 속에서 ‘한 남성이 아자디 지하철역에 최루가스가 발사돼 아무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며 긴박한 현지 상황을 전했다. 

테헤란서 '여객기 격추' 정부ㆍ군부 비판 대학생 집회. 이란 대학생들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의 아미르카비르 대학 앞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미사일에 격추된 우크라이나 여객기 희생자 추모식을 마친 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대학생들은 군부와 정부를 비판하며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하는 구호도 외쳤다고 외신은 전했다. (사진=테헤란 AFP/연합뉴스)
테헤란서 '여객기 격추' 정부ㆍ군부 비판 대학생 집회. 이란 대학생들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의 아미르카비르 대학 앞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미사일에 격추된 우크라이나 여객기 희생자 추모식을 마친 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대학생들은 군부와 정부를 비판하며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하는 구호도 외쳤다고 외신은 전했다. (사진=테헤란 AFP/연합뉴스)

이와 함께 가디언은 “또 다른 영상에는 보도를 따라 이어진 핏자국 모습과 함께 ‘7명이 총에 맞는 걸 봤고 사방이 피다’라는 남성의 처절한 목소리가 담겼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항의 집회는 다른 지역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SNS에는 타브리즈·시라즈·케르만샤에서도 여객기 격추 항의 시위가 열린 모습이라며 집회 관련 사진 여러 장이 유포되고 있다. 더욱이 이란 국영 TV 진행자 2명은 여객기 격추 사건에 대해 정부가 옳지 않은 보도를 한다며 항의하는 차원의 사임을 했다. 

또한 이란 매체들도 1면을 할애해 ‘수치스럽다, 믿을 수 없다’는 등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란 안에서도 정부를 향한 비난의 수위가 커지는 이유로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178명 전원이 사망한 후 이란의 격추설이 제기될 시 이란 정부의 다음과 같은 반응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일 이란 정부는 격추설과 관련해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이라고 부인하며 블랙박스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뒤늦게 격추 사실을 시인해 분노를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다. 

당초 여객기 추락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열렸던 집회는 점차 반정부 시위로 번졌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난하는 구호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하면 현재로선 추모 집회에 참가한 수가 ‘수백명 수준의 소규모’라고 전했다. 

반면 12일(현지시간) 테헤란 주재 영국대사관 앞에서는 바시즈 민병대의 주도로 반서방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전날 롭 매케어 대사는 반정부 집회 현장에서 붙잡히자 추모행사로 잘못 알고 참석했다고 SNS를 통해 해명했다. 

더욱이 이란정부는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격추돼 추락하기 몇 시간 전인 8일 1시20분께 이라크 내 미군 기지 2곳을 탄도미사일로 타격했다. 

이에 대해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은 지난 3일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영국 랭커스터대학의 이란 전문가 알라 살레 교수는 “출신에 관계 없이 국민이 국가의 정당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란 정부가 철저한 개혁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이란 시위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각계의 경고와 민심의 동요에도 불구하고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제사회에서의 고립만을 우려하며 서방 공격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모습이다.

실제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최고지도자 트위터 계정을 통해 12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카타르 군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와 만남을 가졌다고 전하며 “현재 중동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역내 국가간 관계 강화와 외세의 영향을 배격하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현재 요동치는 중동 정세의 원인은 미국과 그 지지 세력의 부패와 주둔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비난의 화살을 미국과 서방에 돌려 자신을 향하는 비난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고위 인사 알리 시라즈는 “이란의 적들이 군사적 실수를 두고 혁명수비대에 보복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과 서방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던 과거 모습과  달리 이날 이란을 방문한 셰이크 타밈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 위기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전 지역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하는 것뿐이라는 데 우리가 동의했다”고 말해 모든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도 미국과의 대화는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