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첫 판결' 유해용, 1심 무죄… "증거 부족"
'사법농단 첫 판결' 유해용, 1심 무죄… "증거 부족"
  • 박선하 기자
  • 승인 2020.01.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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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 유출 등 모두 무죄… 유해용 "공정한 판결 감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 농단'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53·사법연수원 19기)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는 지난 2017년 3월 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이 제기된 후 약 2년 만에 나온 첫 1심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박남천 부장판사)는 1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수석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유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의'였던 김영재 원장 측의 개인 특허소송 상고심 관련 정보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건넨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법원행정처가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낸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한 문건이 당시 해당 재판을 진행 중이던 대법원에 전달되는 과정에 개입한 의혹도 받는다.

그는 상고심 소송 당사자들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를 퇴임 후 개인적으로 가져 나가고, 대법원 재직 시절 취급했던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에 수임한 혐의도 받았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를 했고, 이를 외부에 누설해 공정성과 국민 신뢰를 훼손했다"고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 전 수석의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판 경과를 누설한 혐의에 대해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문건 작성을 지시해 임 전 차장에게 전달했다거나, 임 전 차장이 청와대 등 외부에 이를 제공하는 등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토보고서를 가져나간 혐의에 대해서도 "검토보고서를 유출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설령 피고인이 일부 파일을 변호사 사무실에 보관했다는 사실이 인정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며 무죄로 봤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상고심 사건을 피곤인이 직무상 취득한 사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무죄가 선고되자 유 전 수석은 재판부에 고개를 숙여 감사의 표시를 했다.

재판이 끝난 뒤 그는 취재진과 만나 "공정하고 정의롭게 판결해주신 재판부에 깊이 감사 드린다"며 "앞으로 더욱 겸손하고 정직하게 살도록 하겠다.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