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은행장 출근저지 ‘해법’ 찾기를
[사설] 기업은행장 출근저지 ‘해법’ 찾기를
  • 신아일보
  • 승인 2020.01.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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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노동조합의 출근저지로 열흘 넘게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경제관료 출신인 그를 ‘함량미달 낙하산 행장’으로 규정하고 아침마다 출근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은행 안팎에서는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13일 본점에서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노조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윤 행장과 노조 간의 갈등이 수습국면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해 본다. 신임 은행장과 노조의 장기간 대치는 양측에 모두에게 부담이다. 대외적으로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으로서의 역할이 있고 내부적으로는 부행장 임기 만료와 계열사 대표 인사 등 산적한 문제도 적지 않다. 

일단 노조는 13일 대토론회에서 새 행장의 출근저지 투쟁의 취지와 경과를 조합원들에게 보고하고 향후 투쟁과 관련해 조합원 의견을 공유하겠다는 입장이다. 1만 여명에 이르는 조합원들과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잘 없기 때문에 집행부의 입장도 설명하고 조합원의 생각도 수렴하겠다는 설명이다. 

당초 노조는 대화의 상대가 윤 행장 개인이 아니라 현 상황을 자초한 정부와 여당이라면서 정부와 여당이 먼저 사과하고 제도개선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7년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와 금융노조가 ‘낙하산 인사 근절’을 명시한 정책협약을 맺었는데 그 약속을 뒤집고 ‘친정부 경영’이 우려되는 은행장을 낙하산 인사로 내려 보냈다는 주장이다.  

윤 행장은 ‘노조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언제든 만나겠다’며 대화의사를 거듭 밝혔다. 특히 윤 행장은 기업은행의 경영 키워드로 ‘바른경영’을 제시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강조했다. ‘바른경영’은 기업이 사회약자들을 포용하는 책임경영에 나서는 것 외에 직원들과의 소통도 포함돼있다고 설명이다.  

윤 행장은 기업은행은 마진만 추구해서는 안 되고 기술금융, 동산담보 등 혁신금융을 추구하는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수익성 탓에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은행의 수익성을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은행의 수익성을 저해할 것으로 보인다면 은행장으로서 ‘못 한다’고 강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IBK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기업은행 노조가 금융노조와 뜻을 달리하란 얘기는 아니다. 단지 시중은행과 달리 국책은행의 특수성을 감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 행장의 ‘관료출신’이나 ‘친정부 성향’이란 꼬리표가 공공성을 강조하고 정부와 충분히 정책조율과 소통이 가능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발휘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