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치러지는 한 국가 공인 시험을 두고 이 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고사장이 없어 시험을 못 보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부랴부랴 시험 주관 측이 추가로 임시고사장 개설에 나섰지만 수험생들의 우왕좌왕은 여전한 모습이다.
상황은 이러하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지난 7일부터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원서접수에 들어갔다. 접수 마감일은 16일이었다. 시험 주관 측은 7일부터 16일까지 10일간을 원서접수 기간으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원서접수 첫날인 7일 수험생이 대거 몰리면서 시험 주관 측이 마련한 전국의 모든 고사장이 인원풀로 마감돼버렸고, 접수 시작 다음 날인 8일부터 접수하는 수험생들은 시험 볼 고사장이 없어 접수를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이에 수험생들은 “이럴 거면 왜 접수 기간을 10일간이나 길게 잡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냈다. 또 매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접수자가 늘고 나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 접수인원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고사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기관의 잘못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비난이 일자 시험 주관 측은 지난 8일 공지문을 통해 “금회 접수인원이 급증해 시험장이 조기 마감됐다”며 “방학 중 시설공사와 방과 후 학교 운영 등의 이유로 고사장 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 “그럼에도 최대한 많은 분들이 응시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추가 시험장이 확보되면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시험 주관 기관 측은 임시고사장을 개설하기로 했고 11일 오후 기준 전국에 마련된 고사장은 총 271개다.
지난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접수한 인원은 총 51만5000여명이다. 이를 연 응시횟수인 4로 나눴을 시 한 회당 접수인원은 12만8700여명이 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겠다. 이번 시험은 원서접수 첫날부터 고사장이 마감된 것을 볼 때 이전보다는 접수인원이 늘지 않았을까 싶다.
지난해 4월 실시된 국가직 9급 공채 시험 접수인원은 19만5000여명이었고 인사혁신처는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전국 338개의 고사장을 마련했다. 물론 공무원 시험 집행을 위해 마련된 고사장 수에 맞춰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사장이 확보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기준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번 ‘고사장 조기마감 사태’를 시험 주관 측이 간과하면 안되는 이유는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이 이 시험을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시행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2016년 정부가 향후 군무원 9급, 공무원 7급 공채 시험 등에서 한국사 과목을 한국사능력검정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을 밝힌 후부터 접수인원이 급증했다.
2016년 이전에는 연 4회 실시되는 이 시험에 총 13만2000여명이 접수했으나 2016년에부터 41만70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이후 2017년에는 43만명, 2018년에는 47만3000여명으로 계속 늘었고 급기야 2019년에는 51만5000여명이 접수하면서 역대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국가직, 지방직 7급에서의 한국사 과목이, 2022년에는 경찰시험에서 한국사 과목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된다. 이로 볼 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접수인원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것이다.
갈수록 접수인원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매번 고사장 확보 문제로 다툼이 일어난다면 시험 주관 기관은 신뢰를 잃고 수험생들은 ‘을’의 입장에서 허탈함을 느끼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시험 주관 기관은 수험생 편의를 위해 조금 더 고사장 확보에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무원 시험처럼 접수자가 접수할 때 응시 지역만 일단 선택하도록 하고 접수를 다 끝낸 후 그 접수인원에 맞춰 고사장 수를 책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