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비비고' CJ제일제당 반등 이끈다
강신호 '비비고' CJ제일제당 반등 이끈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1.1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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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체제 취임 첫 해 내실 키우기 강화 과제
'선택과 집중'…핵심브랜드 비비고 상품군 강화 관측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 (제공=CJ그룹)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 (제공=CJ그룹)

비상경영에 돌입한 CJ제일제당이 선택과 집중에 나선 가운데, 새 수장에 오른 강신호 대표의 취임 첫해 행보에 관심은 집중될 전망이다. 강 대표는 실적부진 극복과 내실 있는 성장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는 핵심 브랜드 ‘비비고’를 앞세워 난관을 돌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성과는 좋지 않다.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대한통운 제외)은 3조4461억원으로 25% 늘긴 했으나, 영업이익은 14.3% 줄어든 181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초 인수한 미국의 슈완스 영업이익(259억원)을 제외하면 감소폭은 26.5%다. CJ제일제당 식품부문 영업이익률은 2016년 7%대에서 지난해 4%대로 주저앉았다.

차입금 규모도 공격적인 M&A(인수합병) 영향으로 2015년 5조원에서 9조5000억원(지난해 3분기)으로 치솟았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시장 진출 강화 차원에서 2017년부터 베트남 민닷푸드와 러시아 라비올로, 브라질 셀렉타, 독일 마인프로스트, 미국 카이키 등 해외 대형식품기업을 잇달아 인수했고, 지난해 2월에는 2조원이 넘는 금액을 주고 슈완스까지 품었다. 최근 3년간 인수비용만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부담 속에서 강신호 대표가 CJ제일제당의 새 선장으로 발탁됐다.

강 대표는 2014년 CJ프레시웨이 수장을 맡은 후 1년 만에 영업이익을 세 배 이상 끌어올렸고, 이듬해 매출 2조원 돌파라는 성과를 냈다. 2016년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장과 2018년 식품사업부문 대표를 역임하는 동안 비비고를 글로벌 한식브랜드로 성장시키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올해 신년사에서 양적성장이 아닌 질적성장이라는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역량 확보가 가능한 대형품목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식품업계는 CJ그룹의 신년 메시지와 강 대표의 경영성과를 감안할 때, 올해 CJ제일제당은 실적부진 돌파와 내실성장의 키포인트(Key Point)로 비비고를 삼고 관련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J의 비비고는 국내외 식품시장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한식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만두와 김 정도에서 두각을 보였으나,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성장과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현재는 김치와 국물요리, 한식반찬, 죽, 볶음밥, 면, 수산가공 등 다수의 식품 카테고리로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강 대표가 식품산업부문 총괄을 맡던 기간에 비비고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강화한 결과다.   

비비고 만두 생산현장. (제공=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생산현장. (제공=CJ제일제당)
미국 뉴욕 맨해튼 록펠러 센터에 운영 중인 비비고 QSR(Quick Service Restaurant) 팝업 매장. (제공=CJ제일제당)
미국 뉴욕 맨해튼 록펠러 센터에 운영 중인 비비고 QSR(Quick Service Restaurant) 팝업 매장. (제공=CJ제일제당)

핵심 상품으로 꼽히는 비비고 만두의 경우 지난해 11월 국내시장 기준 점유율 43.9%(3400억원, 닐슨데이터)로, 2위 풀무원(16.1%)와 큰 격차를 보이며 만두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해외서는 이보다 많은 5690억원의 매출을 올려 총매출만 9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에는 총매출 1조원 돌파와 함께 7조원 규모의 글로벌 만두시장에서 1위 만두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비비고 김치는 출시 3년 만에 국내 포장김치시장에서 40.2%(지난해 11월 누계)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대상 종가집(44.6%)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올 1분기부터 통합생산기지인 충청북도 진천 CJ블로썸캠퍼스를 통해 생산물량을 늘리고, 맞춤형 김치 개발에 나서면서 비비고 김치의 위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비비고 죽은 상온 파우치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올해 동원 양반죽을 제치고 내수 1위를 겨냥하는 한편 중국·동남아 진출을 위한 신제품 개발에 나선다. 비비고 김은 대륙별 생산기지를 확보해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이 외에 국물요리·볶음밥 등 가정간편식 시장에도 비비고의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공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 대표가 식품산업 총괄대표를 맡는 동안 비비고의 진출 영역이 크게 확대돼 업계에서 꽤 위기감을 느꼈던 게 사실”이라며 “CJ의 가장 믿을만한 브랜드인 만큼,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비비고 상품군을 더욱 확장하고 마케팅도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강 대표는 식품사업에 이해가 높고 성과도 있기 때문에, 결국 잘할 수 있는 것에 올인할 가능성 높다”며 “비비고 브랜드에 많은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은 강 대표가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올해 사업계획도 확정되지 않아 비비고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 한 해만 수익성 낮은 SKU(제품품목수)를 1000여개 줄였고, 서울 가양동 토지 등 부지 매각으로 현금 1조1300억원을 확보해 유동성 문제를 해소했다”며 “올해는 질적성장을 위해 잘 되는 것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성과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