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동맹 속 자주외교 묘수를
[사설] 한미동맹 속 자주외교 묘수를
  • 신아일보
  • 승인 2020.01.0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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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한차례 공격을 주고받으며 전면전으로 치닫던 분위기가 잠시 주춤하면서 탈출구 찾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미국이 이란 군부실세인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한 후, 이란은 ‘가혹한 보복’을 공언하며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의 반격에 즉각적인 군사적 대응대신 경제제재를 선택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 다음날 백악관 특별연설에서 ‘미국인 사상자가 없다’면서 미국은 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란에 대해 군사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며 살인적인 경제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란의 외무장관은 미군기지 공격 후 트윗을 통해 이번 공격이 유엔 헌장에 따른 자위적 방어 조치라면서 ‘솔레이마니 살해에 대한 이란의 대응이 끝났다’ 그리고 ‘우리는 긴장 고조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란이 보복타격을 선택했지만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수위를 조정했다는 외신의 추론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외신들은 이란의 공격 지점이 미군 밀집 지역이 아닌 점, 공격 시간대도 인력이 돌아다니지 않는 새벽인 점, 이란이 공격 1시간 전에 계획을 이라크에 통보한 점 등을 그 근거로 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는 명징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전쟁으로 확전되는 것은 피하는 모습이다. 아마도 올해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위해 전쟁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 재선 가도에서 가장 내세울만한 경제적 성과가 호르무즈 해협이나 중동유전 등에 문제가 생겨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성과가 수포로 돌아 갈수도 있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현재까지 이라크 내 우리국민의 피해는 전무하지만 정세 안정화 단계까지 24시간 긴급 상황 대응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정부의 급변하는 중동정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쏠려있다. 당장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한미동맹에 금이 가지 않으면서 이란과의 외교 분쟁을 피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 강 장관은 이날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관련, 미국의 입장과 우리 입장이 정세분석에 있어서나 중동지역 나라와 양자관계를 고려했을 때 반드시 같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과도 오랫동안 경제 관계를 맺어왔고, 지금으로서는 인도지원, 교육 같은 것은 지속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의 설명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재선 일정에 들어서면서 이란이나 북한과의 관계도 재선변수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우리 정부도 이를 정확히 판단하고 한미동맹에 끌려 다니기보다 자주적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