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대검, 인사갈등 충돌… '윤석열 패싱' 우려도
법무부-대검, 인사갈등 충돌… '윤석열 패싱' 우려도
  • 박선하 기자
  • 승인 2020.01.0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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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인사의견 달라" vs 대검 "명단 먼저 보내라"
일단 검찰인사委 개최… 인사 발표 시기 '예측 불가'
외부 일정을 마친 추미애 장관이 윤 총장과의 면담을 앞두고 법무부 건물로 복귀하고 있다(왼쪽 사진). 윤 검찰총장이 추미애 장관 예방을 위해 법무부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부 일정을 마친 추미애 장관이 윤 총장과의 면담을 앞두고 법무부 건물로 복귀하고 있다(왼쪽 사진). 윤 검찰총장이 추미애 장관 예방을 위해 법무부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와 검찰이 조만간 단행될 검사장급 고위 간부 인사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법무부는 법률에 규정된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 절차를 신속히 해달라는 입장이나, 대검찰청은 인사 명단조차 보지 못하고 의견을 낼 수 없다고 맞섰다.

법무부는 8일 오전 11시부터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찰 고위 간부(대검 검사급 이상) 승진·전보 인사를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와 검찰은 절차상 문제로 부딪쳤다. 검찰청법상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대통령에게 제청해야 하는데, 이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당초 법무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 법무부 청사에서 인사안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겠다고 대검에 통보하고, 오전 11시 검찰인사위원회 개최를 예정했다.

또 비슷한 시각에 법무부는 '오늘 오후 4시까지 인사에 대한 의견을 달라'는 내용의 업무연락도 대검에 보냈다.

하지만 대검은 인사 명단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의견을 내는 게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법무부의 요청을 거부, 이날 오후까지 인사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법무부는 기자단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검찰 인사 관련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윤 청장에게 만나자고 했으나 대검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알렸다.

법무부는 "법무부 장관은 금일 오전 출근 직후부터 검찰인사 관련 검찰총장을 대면해 직접 의견을 듣기 위해 검찰총장에게 일정을 공지한 상태"라며 "법무부 장관은 제청 전까지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인사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대검은 검찰인사위 개최 직전 윤 총장을 호출하는 것은 의견청취 절차를 형식적으로 갖추기 위한 '요식절차'에 그칠 우려가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대검은 "검찰총장이 사전에 법무부로부터 인사안을 건네받아 대검에서 보유한 객관적 자료 등을 기초로 충실히 검토한 후 인사 의견을 개진해 온 전례 등을 존중해 먼저 법무부 인사안을 보내줄 것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위원회 개최를 겨우 30분 앞두고 검찰총장을 호출하는 것은 요식절차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맞받았다.

검찰은 법무부 검찰국이 만든 인사안을 토대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만나 의견을 듣고 협의한 다음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방식이 법령과 절차에 맞다는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법무부가 인사 방향에 대해서도 전혀 그 내용을 알려오지 않아 인사안을 먼저 만드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가 '윤석열 패싱'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검은 법무부가 의견청취 절차를 생략한 채 인사를 낼 가능성도 염두해 대응책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윤 총장이 인사의 범위와 대상에 대해 법무부로부터 아무런 말도 듣지 못하고 있다"며 "의견청취 절차를 밟지 않으면 불법한 인사"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별개로 법무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2시간여 동안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의 승진·전보 인사를 논의했다.

당초 추 장관이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예고했던 만큼 '윤석열 라인'이 물갈이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대 관심사는 '윤석열 라인'으로 불리는 대검 수사 지휘라인과 서울중앙지검장과 산하 차장검사, 서울동부지검장 및 차장검사 등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담당한 수사팀 지휘부의 교체 여부다.

이와 관련 대검의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강남일 대검 차장, 이원석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이 인사 대상자가 되는 게 아니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양측의 충돌로 인사 발표 시기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법무부는 통상 검찰인사위원회 당일, 늦어도 이튿날 인사를 발표해왔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