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수출 100억달러 또 실패…시장다변화 역부족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 또 실패…시장다변화 역부족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1.0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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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지난해 102억달러 공언했지만 95억달러 그쳐…목표치 미달
신남방·신북방 정책에도 日·中·美 3개국 편중 52%, 10년 전과 같아
지난해 11월 열린 농식품 수출점검회의 모습. (사진=농식품부)
지난해 11월 열린 농식품 수출점검회의 모습. (사진=농식품부)

정부가 자신한 ‘농수산식품 수출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 달성’은 또 실패했다. 일본과 중국, 미국 등 3개국에 대한 수출 편중이 100억달러 달성 실패의 주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3월 초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농수산식품 수출목표는 전년보다 11% 늘린 77억달러, 수산식품 수출목표 25억달러 등 총 102억달러(12조원)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2017년 91억5300만달러(10조8000억원)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90억달러를 돌파했고, 2018년에는 93억달러(11조원)로 역대 최고 수출액을 경신하는 등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농수산식품 수출액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했었다.

기존에는 영세 수출기업 보호 차원에서 1억달러(1200억원) 이상 수출을 하는 대기업의 해외식품박람회 참가를 제한했으나, 지난해부터 관련 규정을 폐지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외교정책인 신남방·신북방시장 공략을 위해 베트남 호치민에 농수산식품 수출지원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지사를 설치하는 한편, 캄보디아·말레이시아·이탈리아·인도 등지에서 ‘한국식품 세일즈 로드쇼’를 개최하며 많은 공을 들였다.

당시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3월 “농식품 수출확대를 위한 총력 대응태세를 가동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장관이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고, aT의 이병호 사장은 5월 인천 강화지역 쌀국수 수출현장에서 “올해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했었다. 

농식품 수출을 관장하는 중앙부처 장관과 지원기관장은 2019년 수출 100억달러 달성을 자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 aT에 따르면 2019년 농수산식품 전체 수출액은 95억4000만달러(11조2400억원·잠정치)로 집계됐다. 전년의 93억달러보다 2.5%가량 증가했으나, 문재인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102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100억달러 달성이 어려운 주 이유로 ‘수출 편중’이 꼽힌다. 특히 일본과 중국, 미국 등 3개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큰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3개국 수출액은 45억2100만달러로 전체 86억8000만달러의 절반을 넘는 52.1%에 이른다. 10년 전인 2009년의 경우에도 전체 수출액 48억달러 중 3개국 수출액은 26억1200만달러로 비중은 54.3%에 달했다. 10년 사이에 농식품 수출 몸집은 커졌지만, 3개국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펼치며 농식품 수출다변화에 적극 나선다고 했다. 그러나 아세안(ASEAN)의 경우 2019년 11월 수출액 기준 베트남을 제외한 태국(5.6%↓)·인도네시아(14.5%↓) 등 주요 거점에서의 한국식품 소비는 줄었다. 이슬람시장(OIC)과 러시아도 각각 17%, 5.3% 감소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류 확산이라는 좋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시장다변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식품업계와 활발한 소통을 통해 단순히 홍보·판촉 등 일회성 행사가 아닌, 식품기업이 유망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수산식품 수출지원기관인 aT는 수출다변화를 위한 구조 마련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aT 관계자는 “수출국 편중 해소를 위해 올해 신흥국가 중심으로 다변화할 수 있는 전략지역을 선정하는 한편, 현지 시장개척 전반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신남방·신북방 지역에서의 신선농산물판매전문관(K-Fresh Zone) 운영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농수산식품 수출 100억달러 달성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공공연히 공언돼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식세계화’를 외치며 농수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2012년까지 100억달러·2020년 300억달러 달성을 내세웠지만 지키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도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식품산업을 육성하고, 할랄(HALAL·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의 총칭) 등 글로벌 식품시장으로 저변을 확대해 2017년까지 100억달러 달성을 자신했다. 그러나 정권이 세 차례 바뀐 동안 농수산식품 수출 100억달러 달성은 요원한 상황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