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정부·정쟁 국회, 청약업무 이관 안갯속으로
안일한 정부·정쟁 국회, 청약업무 이관 안갯속으로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0.01.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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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계획된 감정원 시스템 오픈 연기 불가피
한발 늦은 '국토부'·민생 뒷전인 '여야' 쌍방과실
지난 4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에 마련된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청약상담이 진행 중이다. (사진=천동환 기자)
지난 4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에 마련된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청약상담이 진행 중이다. (사진=천동환 기자)

안일한 정부와 정쟁에 휩싸인 국회가 국민 생활에 밀접한 주택청약업무를 안갯속으로 밀어 넣었다. 국토부는 청약업무 이관에 필요한 법 개정 필요성을 미리 인식하지 못한 채 뒷북 행정을 보여줬고, 국회는 민생을 뒷전에 둔 여야 대립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감정원과 주택사업자들은 다음 달 6~7일 정도를 청약시스템 이관 후 첫 견본주택 개관 시기로 잡고 있다.

현재 금융결제원이 수행 중인 주택청약업무가 다음 달 1일부터 감정원으로 넘어감에 따라 이달 한 달간 신규 주택청약업무가 중단되고, 다음 달 다시 감정원에서 업무를 재개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감정원은 청약업무를 위한 시스템을 모두 구축해 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융결제원으로부터 필요한 청약 정보도 이관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청약 정보 중 '청약계좌 정보'를 이관받기 위해 필요한 주택법 개정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정보를 온전히 넘겨받지 못한 상태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청약 정보는 국토부에서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달라는 대로 바로 주고 있다"며 "다만, 청약계좌 정보 이관은 법이 통과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법이 통과되면 바로 이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패스트트랙 이슈 등으로 여야 간 대치 국면에 놓인 국회가 언제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다음 달 1일부터 감정원이 청약업무를 시작할 경우 주택사업자들이 직전 금요일인 이달 31일에도 견본주택 문을 다시 열 수 있지만, 이 시점을 한 주 늦춰 잡은 것도 국회 상황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빠르게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감정원이 2월 안에 청약업무를 시작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감정원 관계자는 "당초 국토부에서 2월1일에 청약업무를 이관한다고 했는데, 주택법이 개정되고 금융계좌 정보를 이관받아야 이게 가능하다"며 "현재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일정을 다시 협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한 야당 관계자는 "국회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도 열려야하고 본회의도 거쳐야 하는데, 국회 상황을 봤을 때는 처리가 쉽지 않아보인다"고 국회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2018년 9월1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대책' 중 청약업무 이관 관련 내용. (자료=국토부)
지난 2018년 9월1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대책' 중 청약업무 이관 관련 내용. (자료=국토부)

현재 상태에서는 청약업무 이관 차질에 대한 화살이 국회를 향하고 있지만, 정부에도 책임은 있다.

국토교통부가 청약업무 이관 계획을 처음 발표했던 지난 2018년 국정감사 당시 야당 의원이 법 개정 필요성을 지적했지만, 국토부를 포함한 정부가 이에 대한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뒤늦게 국토부와 국토위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협의해 지난해 5월 함 의원 대표발의로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후 국회는 조국 사태와 패스트트랙 논란 등에 따른 여야 대치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국회 국토위 한국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재작년 국감때 한국당 의원 여러명이 '이거(청약 업무 이관) 다 해결하려면 법률 개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국토부가 '법률 개정 안하고 부처간 협의로 할 수 있다'고 버텼다"며 "그때 빨리 인정하고 법안을 빨리 처리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여야 합의로 9일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기는 하나 여기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주택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본회의로 넘어가야 한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