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늦은 '국토부'·민생 뒷전인 '여야' 쌍방과실
안일한 정부와 정쟁에 휩싸인 국회가 국민 생활에 밀접한 주택청약업무를 안갯속으로 밀어 넣었다. 국토부는 청약업무 이관에 필요한 법 개정 필요성을 미리 인식하지 못한 채 뒷북 행정을 보여줬고, 국회는 민생을 뒷전에 둔 여야 대립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감정원과 주택사업자들은 다음 달 6~7일 정도를 청약시스템 이관 후 첫 견본주택 개관 시기로 잡고 있다.
현재 금융결제원이 수행 중인 주택청약업무가 다음 달 1일부터 감정원으로 넘어감에 따라 이달 한 달간 신규 주택청약업무가 중단되고, 다음 달 다시 감정원에서 업무를 재개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감정원은 청약업무를 위한 시스템을 모두 구축해 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융결제원으로부터 필요한 청약 정보도 이관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청약 정보 중 '청약계좌 정보'를 이관받기 위해 필요한 주택법 개정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정보를 온전히 넘겨받지 못한 상태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청약 정보는 국토부에서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달라는 대로 바로 주고 있다"며 "다만, 청약계좌 정보 이관은 법이 통과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법이 통과되면 바로 이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패스트트랙 이슈 등으로 여야 간 대치 국면에 놓인 국회가 언제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다음 달 1일부터 감정원이 청약업무를 시작할 경우 주택사업자들이 직전 금요일인 이달 31일에도 견본주택 문을 다시 열 수 있지만, 이 시점을 한 주 늦춰 잡은 것도 국회 상황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빠르게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감정원이 2월 안에 청약업무를 시작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감정원 관계자는 "당초 국토부에서 2월1일에 청약업무를 이관한다고 했는데, 주택법이 개정되고 금융계좌 정보를 이관받아야 이게 가능하다"며 "현재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일정을 다시 협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한 야당 관계자는 "국회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도 열려야하고 본회의도 거쳐야 하는데, 국회 상황을 봤을 때는 처리가 쉽지 않아보인다"고 국회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상태에서는 청약업무 이관 차질에 대한 화살이 국회를 향하고 있지만, 정부에도 책임은 있다.
국토교통부가 청약업무 이관 계획을 처음 발표했던 지난 2018년 국정감사 당시 야당 의원이 법 개정 필요성을 지적했지만, 국토부를 포함한 정부가 이에 대한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뒤늦게 국토부와 국토위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협의해 지난해 5월 함 의원 대표발의로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후 국회는 조국 사태와 패스트트랙 논란 등에 따른 여야 대치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국회 국토위 한국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재작년 국감때 한국당 의원 여러명이 '이거(청약 업무 이관) 다 해결하려면 법률 개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국토부가 '법률 개정 안하고 부처간 협의로 할 수 있다'고 버텼다"며 "그때 빨리 인정하고 법안을 빨리 처리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여야 합의로 9일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기는 하나 여기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주택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본회의로 넘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