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실세 총리와 전 총리 출신이며 제1 야당 자유한국당 현 대표가 맞붙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성사되면 대선 전초전이자 한국 정치 가늠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해 말부터 총선 출마를 가시화한 상태였고, 지난 3일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당이 요구하면 뭐든지 하겠다"며 '종로 빅매치'에 대해 "일부러 반길 것도 없지만 피할 재간도 없는 것 아니냐"고 사실상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 3일 야당 후보가 강한 수도권에 현역의원을 내보내지 않고 전략공천을 하겠다며, 그중 종로구와 광진구를 콕 집어 얘기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종로 출마를 시사했다. 퇴진 압박에 몰린 그의 고육지책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4일 광화문 광장 장외집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이 정권이 아무리 악랄해도 우리가 뭉치면 반드시 이긴다. 통합을 위해 저부터 앞장서겠다"며 '수도권 험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총리와의 맞대결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역구이기도한 서울 종로구는 청와대 등 주요기관들이 위치한 수도 서울시의 심장부로, 굵직한 정치인들이 주로 출마했던 곳이기에 소위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정 후보자가 떠나면서 여야가 '거물급 선수'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 곳으로, 대결이 최종 성사된다면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와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의 대결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21대 총선의 최대 빅매치가 될 전망이다.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총리로선 승리하게 된다면 입지를 더욱 단단히 굳혀지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잃을 것 없는 싸움이지만 이와는 다르게 황 대표로선 종로라는 지역적 상징성에다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당내 위상 추락과 대선 도전이 힘들어 질수도 있다는 것 등 부담감이 크다. 관심이 모아지는만큼 두 사람이 느끼는 무게감은 더욱 클 것이다.
4.15총선을 100일 남짓 남겨 놓은 가운데 신년부터 여야가 법안 처리를 놓고 다시 격돌했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히말라야 설산에 살고 있다고 전해지는 한 몸에 2개의 머리를 가져 생각하는 차이가 많아 다투다가 같이 공멸하는 '공명조(共命鳥)'보다는, 서로가 하나씩 부족해서 합쳐져야 날 수 있다는 '비익조(比翼鳥)'처럼 이번 총선이 함께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운명공동체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여야가 나란히 붙어 있는 나뭇가지 '연리지(連理枝)'와 같이 둘이 없어서는 안될 모습으로 어느 한쪽이 잘나거나 못나서가 아닌 서로가 공존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관계로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은 너무 큰 소망인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齊)나라 병법가 손자는 "말은 곧 그 사람의 인품"이라며 "입은 약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연고로 써라"고 했다.
당당함이 사라진 정치는 명분 없는 것과 다름 없지만 선거 유세에서 말로서 말을 되갚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독이 될 수 밖에 없다. 조금씩 서로 다른 생각을 좁혀나가고 이해할때만이 상호 신뢰가 쌓이는 법이다.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된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진보와 보수를 앞세운 진영대결보다는 각자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대결을 펼쳐 시민들에게 심판 받는 말그대로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의 진면목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
정정당당하게 겨룬 결과에 대해서는 축하의 박수와 함께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