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신시장의 미꾸라지
[기자수첩] 통신시장의 미꾸라지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01.0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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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LG유플러스는 국내 통신업계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LG유플러스가 5세대(G) 이동통신의 상용화 후 다양한 도발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LG유플러스는 국내 이통사들이 서비스 중인 VR(가상현실) 콘텐츠를 모아놓고 대중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거나, 특정지역을 언급하며 자사의 5G 서비스 속도가 최고로 빠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타사들은 즉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고, LG유플러스는 “3사 네트워크 관계자가 모여 5G 속도 공개 테스트를 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사태는 정부가 나서면서 일단락됐다. 정부는 5G 네트워크 속도의 측정방식과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시점에 누가 더 빠른지 객관적으로 알기 힘들다며, 2020년에 정부 차원의 측정을 예고했다.

당시 경쟁사 관계자들의 입에선 LG유플러스가 5G 상용화를 계기로 3위 사업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 ‘상도덕에 어긋난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LG유플러스가 ‘미꾸라지’처럼 시장 질서를 흐린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정도의 도발과 업계의 불협화음은 소비자들에게 ‘담합’보단 좋은 시그널로 보인다. 현재 통신3사 중심으로 구성된 국내 통신시장은 경쟁이 실종되고 고착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신 요금제는 천편일률적이며, 콘텐츠 품질평가는 이용자들의 경험에만 의존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년 발표하는 ‘유료방송서비스 품질평가’에선 유·무료 콘텐츠 비율이 IPTV와 케이블TV, 위성방송 별로만 공개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서로의 서비스를 비교하고 경쟁을 유발하는 행위는 소비자들의 이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여기에는 왜곡되지 않은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린다.

‘미꾸라지’는 때론 물을 흐리지만, 병해충 방제효과가 커 친환경농법의 방편으로도 사용된다. 새해엔 LG유플러스를 비롯해 좀 더 다양한 사업자들이 미꾸라지 같은 역할로 통신시장의 경쟁과 건전성을 높였으면 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