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갈등 악화일로… 전면전 우려에 핵위기까지
중동 갈등 악화일로… 전면전 우려에 핵위기까지
  • 박선하 기자
  • 승인 2020.01.0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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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실상 핵합의 탈퇴… 美와 '핵 갈등' 재점화
2015년 7월 회귀하나… 독·프·영 "긴장 완화 긴급"
이란 군부 실세가 미군의 공습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경찰관들이 바티칸시티의 성베드로 광장에 배치돼 순찰에 나서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이란 군부 실세가 미군의 공습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경찰관들이 바티칸시티의 성베드로 광장에 배치돼 순찰에 나서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중동 지역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빠지면서 이란의 핵위기가 재점화 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CNBC, 로이터 통신은 이란 국영TV를 인용해 이란 정부가 5일(현지시간)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제한을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JCPOA에 명시된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 수 제한, 우라늄 농축 가능 수준, 이란의 핵 연구개발활동 등 어떤 규정도 존중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란 정부는 솔레이마니 사망 관련 자국 핵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국가안보위원회 긴급회의를 연 뒤 성명을 통해 "아무런 제약 없이 핵 농축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이란 정부는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은 이란이 현재 지키는 핵합의의 마지막 핵심 부분이었다"라며 "이를 버리겠다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란 정부가 지키지 않겠다고 언급한 핵합의 이행 감축 조처는 마지막 단계이다. 즉, 이란 정부가 JCPOA에서 완전히 탈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발표로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이 2015년 7월 타결한 핵합의는 미국과 이란의 탈퇴로 4년 반 만에 좌초될 처지가 됐다.

다만 이란 정부는 유럽 파트너들과의 협상에는 열린 자세를 유지할 방침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도 전처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란 정부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철회한다면 핵합의로 복귀하겠다는 조건도 달았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당초 중동의 혼란이 미국과 이란 간의 핵 갈등에서 시작된 만큼, 이번 사태로 2015년 7월 이전 핵위기가 상존하는 상황으로 회귀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실제 양국 간의 갈등은 이란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이 핵무기를 몰래 제조한다는 근본적인 불신을 버리지 못하면서 2018년 5월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미국은 2018년 8월과 11월 핵합의로 완화한 대이란 경제·금융제재를 완전히 복원한 뒤 이란에 핵협상을 다시 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새로운 핵합의'에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사찰·중단, 혁명수비대의 해외 활동과 지원 금지, 이란 핵프로그램 영구 폐기 등 이란이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 담기면서 불발됐다.

게다가 미국은 이란 최고지도자와 정규 군사조직인 혁명수비대, 중앙은행마저 테러를 지원한다면서 제재 대상에 올리는 조치도 단행했다.

갈등은 지난해 5월 본격적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미국이 이란의 위협을 명분으로 항공모함 편대를 걸프 해역에 조기 배치한 것을 시작으로 악재가 이어졌다.

그러다 지난달 27일 이라크 키르쿠크 미군 주둔 기지에 로켓포 공격으로 미국인 1명이 숨진 사건이 이라크 내 미국인 피해를 한계선으로 그었던 미국을 폭발시켰다.

미국은 로켓포 공격을 이란 혁명수비대가 직접 지원하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이라고 단정하고, 이틀 뒤 이 무장조직의 군사시설 5곳으로 전투기로 폭격해 25명이 사망했다.

이어 시아파 민병대와 추종세력이 지난달 31일과 1일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을 급습하자 미국은 이달 3일 이란의 거셈 솔레이마니 소장을 바그다드 공항에서 폭격해 살해했다.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피살은 양측의 전면전 우려를 고조시켰다. 이란은 '가혹한 보복'을 미국은 '사상 최고의 반격'을 예고하며 전쟁 직전까지 상황을 몰고가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긴장 완화를 위한 숨 가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전화통화를 통해 중동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는 데 합의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정상들은 현재 긴장 완화가 긴급하다는 데 의견일치를 이뤘다"면서 "(정상들은) 특히 이란이 현 상황에서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