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사흘 만에 추미애 법무장관 임명
'조국' 마침표… 檢개혁 고강도 드라이브
秋 "수술칼 여러번 찌르는 건 명의 아냐"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법률 규정에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무의 최종 감독자라고 규정돼있기 때문에 그 규정의 취지에 따라서 검찰 개혁 작업을 잘 이끌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환담에서 이 같이 말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사무의 책임자임을 상기시켜 추 장관이 주도권을 쥐어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인 것으로 보인다.
이어 문 대통령은 수사관행·수사 방식·조직문화 개혁과 인권보호 등 세부 개혁 과제를 열거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검찰 스스로가 '개혁 주체이고 개혁에 앞장선다'라는 인식을 가져야만 검찰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법무행정 개혁에서 법무행정이 검찰 중심 행정에서 벗어나 민생·인권 중심의 법무 행정으로 탈바꿈하도록 노력해달라"며 "우리 정부 출범 후 그 방향으로 노력해왔지만 이제 결실을 보도록 마무리를 잘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젊은 검사, 여성 검사, 검찰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는 말을 들은 형사·공판 분야 검사 등 여러 다양한 검찰 내부 목소리를 폭넓게 경청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법무·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고, 국민 열망에 따라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법적·제도적 개혁 작업이 아주 큰 진통을 겪으며 진행 중"이라며 "입법 후에도 제도를 안착시키고 제대로 운영되게끔 하려면 입법 과정에서 들였던 노력 못지않게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어깨가 매우 무거울 것 같은데 그럼에도 판사 출신 5선 국회의원이고 집권 여당 대표도 역임했을 정도로 경륜과 중량감을 갖추고 계시기에 아주 잘해내시리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아주 어려운 과제이지만 역사적으로 다시 또 맞이하기 어려운 기회일 수도 있다"며 "제대로 성공해낸다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큰 보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추 장관은 검찰의 수사를 의사의 수술에 비유하면서 "수술칼을 환자에게 여러 번 찔러 병의 원인을 도려내는 것이 명의가 아니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확한 병의 부위를 제대로 도려내는 것이 명의"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또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인권을 뒷전으로 한 채 마구 찔러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고 해서 검찰이 신뢰를 얻는 것이 아니다"면서 "인권을 중시하면서도 정확하게 범죄를 진단하고 응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검찰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검찰 수사에 대해 여권에서 그동안 피의사실 공표 등 인권 문제를 지적하거나, 별건 수사 의혹을 제기해왔던 것과 맥을 같이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아울러 "다시 없을 개혁의 기회가 무망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추 장관을 전격 임명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추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불과 사흘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새해 첫 공식 일정인 오전 8시 현충원 참배에 추 장관을 참석시켰고, 추 장관은 이어 열린 합동신년인사회에도 참석했다.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명에서 시작된 이른바 '조국 사태'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고, 수장 공백 사태 해소에 속도를 낸 셈이다.
이는 집권 4년 차 새해를 맞아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데다 조만간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역시 국회 본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인 만큼 검찰개혁에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