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식품 키워드] '진흥·규제'에 희비 엇갈린 시장…치열한 경쟁 예고
[2020 식품 키워드] '진흥·규제'에 희비 엇갈린 시장…치열한 경쟁 예고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1.0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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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수입맥주 과세 형평성 문제 '해소'…경쟁력 확보 기대
두부·장류 '생계형적합업종'…투자·수출 활성화 위축 우려
서울 모 대형마트에 진열된 국산맥주.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 모 대형마트에 진열된 국산맥주. (사진=박성은 기자)

2020년 식품업계는 규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주류시장에서는 맥주를 비롯한 일부 주류의 과세체계가 기존 출고가에서 중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것으로 변경된다.

이에 따라 국산 맥주와 수입맥주 간의 과세 형평성 문제가 해소되고, 나아가 국산 맥주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두부와 장류가 영세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생계형적합업종’에 지정되면서 식품대기업은 올해부터 5년간 관련사업의 개시와 확장, 인수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관련시장 육성과 글로벌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대규모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규모 있는 식품기업의 진출 배제는 오히려 두부·장류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맥주 과세체계 종량세 전환…국산 맥주 소비확대 기대

올해부터 맥주와 탁주(막걸리)의 과세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뀐다. 그간 수입맥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세금 구조가 불리했던 국산맥주가 가격경쟁력 면에서 힘을 받는 것은 물론 수제맥주의 품질 제고와 제품 다양화가 기대되면서, 국산과 수입산 간의 품질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27일 국회는 주세법 개정을 통해 맥주·탁주 과세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토록 했다. 이들 주류에 대한 과세 체계가 바뀌는 것은 약 50년만의 일이다.

종가세는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붙인 것이고, 종량세는 생산물량에 과세를 하는 것이다. 개정안을 통해 맥주와 탁주는 1리터(ℓ)당 각각 830.3원, 41.7원으로 과세하고, 세율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변경되도록 했다.

이전 종가세 체제에서 국산맥주는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이윤 등을 모두 더한 출고가를 기준으로 과세했다. 제조원가가 높을수록 출고가와 과세율도 함께 높아져, 맥주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반면에 수입맥주는 생산원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입신고가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세금이 낮았다. ‘1만원에 4캔’ 판매가 가능했던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산맥주업계는 불리한 세금구조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부터 국산·수입 구분 없이 종량세로 맥주 과세체계가 바뀌면서, 수입맥주에 유리했던 시장 환경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캔맥주 등 묶음판매에서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은 좀 더 높아질 수 있는 반면, 수입맥주는 공격적으로 진행했던 4캔에 1만원 판매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또, 비싸다는 인식이 높은 수제맥주는 낮아진 세금만큼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맛과 질 좋은 다양한 제품을 앞세워 소비저변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수입맥주 브랜드의 국내 생산이 활발해질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이전에는 해외 제조가 유리했지만, 이제는 주세법 개정으로 물류비·세금·신선도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생산도 충분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종량세로 국산맥주의 가격경쟁력은 높아졌지만, 수입산의 국내 생산 전환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자들이 단순히 가격만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품질과 마케팅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어느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두부제품.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 어느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두부제품. (사진=박성은 기자)

◇식품대기업 두부·장류 사업 진출 '제동'…시장위축 우려 

올해부터 5년간 CJ제일제당과 대상, 풀무원 등 식품대기업의 장류·두부 사업 개시와 확장, 인수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관련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지난달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두부와 장류 4품목(된장·간장·고추장·청국장) 등 5개 업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영향 탓이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지정된 업종에 대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일정기간 막는 제도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식품대기업은 해당사업을 시작하거나 인수할 수 없다. 이미 해당업종에 진출한 식품대기업의 경우 사업규모를 늘릴 수 없다.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 위반 매출의 5%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중기부는 2017년 기준 장류(7929억원)와 두부(5463억원)의 B2C(소매용)시장의 대기업 점유율이 각각 80%, 76%로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최근 들어 식품대기업이 B2B(기업간거래)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소상공인의 보호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기업이 주로 생산·판매하는 1킬로그램(㎏) 이하 포장두부와 8㎏ 미만 장류 등 소형제품, 수출용 제품이나 신기술·신제품이 개발될 수 있는 혼합장, 소스류, 가공두부 등은 예외를 뒀다.

이 같은 정부의 규제에 식품기업들은 당장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B2B 거래와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중대형 상품의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시설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대기업을 배제한 상황에서 관련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또, 장류의 경우 전통식품이라는 특성상 내수 기반을 발판으로 다양한 연구개발(R&D)이 시도돼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적합업종 지정이 기대와 달리 시장 위축으로 이어진 사례는 여럿 있다. 막걸리의 경우 국내외 소비확대와 함께 대기업의 진출로 2011년 출고량이 46만킬로리터(㎘)에 이르렀으나, 소규모 양조장의 반발로 같은 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었다.

이후 불과 2년이 지난 2013년 출고량이 37만㎘로 줄어들고 시장이 정체되면서 정부가 적합업종에서 제외했으나, 2017년 기준 27만㎘로 더욱 급감한 상태다.

두부도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 투자가 중단되자, 콩 사용량 감소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농가 피해가 컸다. 결국 정부는 국산 콩을 사용한 두부는 적합업종에서 제외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제한이 오히려 관련산업의 투자·수출 활성화를 막는 ‘규제’가 될 수 있다”며 “대기업이 소상공인에게 기술협력·위생관리·제품 판로개척 등 지원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