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文대통령 가슴 가장 아프게 한 죽음은 故 윤한덕 응급센터장
작년 文대통령 가슴 가장 아프게 한 죽음은 故 윤한덕 응급센터장
  • 김가애 기자
  • 승인 2020.01.0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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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맞아 2019년 빛낸 의인 7명과 아차산 산행
"소방관들, 자신의 안전 지키는 것도 신경 썼으면"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새해 첫날인 1일 아차산에서 2019년을 빛낸 의인들과 해맞이 산행 중 대화하며 잠시 쉬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새해 첫날인 1일 아차산에서 2019년을 빛낸 의인들과 해맞이 산행 중 대화하며 잠시 쉬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가장 가슴아픈 죽음으로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경자년(庚子年) 새해 첫날인 1일 2019년을 빛낸 의인(義人)들과 함께 서울 아차산에서 해맞이 산행을 한 뒤, 청와대 관저에서 떡국 조찬을 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찬에서 윤 센터장의 아들 윤형찬씨(23)를 향해 "(윤 센터장의 죽음은) 그해 가장 가슴 아픈 죽음이었다"고 언급했다. 

응급의료 업무를 헌신적으로 맡아오던 윤 센터장은 지난해 설 전날이던 2월4일 병원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윤 센터장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돼 다행"이라면서 "유공자 지정을 한다고 해서 유족들의 슬픔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국가로서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응급의료센터에 지원하는 의사, 간호사들의 부족으로 업무에 과부하가 생기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의사, 간호사들이 응급의료센터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여러 보완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의인들은 윤씨를 비롯해 이주영·신준상·이단비·임지현·박기천·최세환 씨 등 7명이다. 

이주영씨는 경북 안동강남초등학교 교사로, 불을 피하지 못해 교실 창밖에 매달린 2명의 학생을 구조한 의인이다. 

이씨는 "순식간에 연기가 차올라 두려웠지만 창문에 매달려 있는 학생들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면서 "한 명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다른 한 명은 저도 연기를 많이 마셔 끌어올릴 힘이 없었다. 그래도 끝까지 붙잡고 있었고 다행히 소방관이 제때 와줘 학생도, 저도 무사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연기를 마셔 후유증은 없었나"라고 질문했고 이씨는 "저도, 학생도 후유증 없이 잘 지내고있다"고 답했다. 

또한 서해5도 특별경비단 소속 경찰관인 신준상 씨는 휴가 중 계곡에 빠진 초등학생을 구조 후 신분을 밝히지 않고 자리를 떴다.

신 경사가 계곡에 빠진 아이를 구한 일을 설명하자 문 대통령은 "휴가 중이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평소에도 업무의 연장인가"라며 "늘 국민 안전에 최선을 다해 줘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한 "사람 구한 것도 대단한데 신분을 알리지 않고 있다가 신 경사의 모습을 TV에서 본 목격자가 칭찬해 달라는 글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며 "그 숨은 미담에 국민들이 한 번 더 감동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단비씨는 양산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 소방사로, 휴무일에 전복된 차량에서 모자를 구조했고, 임지현(가수 에이톤) 씨는 여성을 성폭행하려던 외국인을 제압했다.

문 대통령은 "소방관은 일반 사람들과 반대로 뛰어드는 사람들"이라며 "불이 나면 사람들은 밖으로 나오지만 소방관들은 불 속으로 뛰어든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것도 신경 썼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또 "아무리 급해도 화재현장에 대한 파악을 먼저 해야 아까운 목숨을 잃지 않는다"며 소방관들의 안전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순직 소방관보다 트라우마로 인한 소방관의 자살 숫자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만큼 소방관들이 구조활동에서 겪는 일은 심리적으로도 견디기 힘든 일"이라며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소방복합치유센터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16년 울산 태풍 때 인력 부족으로 구급대원이 구조현장에 뛰어들면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故 강기봉 소방사의 빈소에 갔던 일을 언급하며 "그 때 그 일이 제가 소방관 공약을 강조하게 된 연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씨에게는 문화예술인으로서 갖는 애로사항을 들었다. 

임씨가 데뷔 초창기 경제적 고충을 전하자 문 대통령은 "문화예술계의 양극화 문제는 어려운 과제"라면서 "소득이 일정하면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실직 시에는 실업급여를 받는 등 고용 안정망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예술인들은 쉽지 않다. 예술인 복지법으로 넓히긴 했지만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촬영 스태프들과 52시간 표준 근로계약을 맺은 점을 들며 앞으로 일반화될 수 있도록 더욱 촘촘한 제도 개선을 당부했다.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