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 요율 인상부터 청구간소화까지… 손보사, 청사진 그리나
[2020 신년특집] 요율 인상부터 청구간소화까지… 손보사, 청사진 그리나
  • 김현진 기자
  • 승인 2020.01.01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상승하면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현재 보험산업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평가됨과 동시에 저금리 기조도 지속되고 있어 올해 전망도 밝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손해보험사들이 손해율 관리를 위해 보험료 인상에 나서고 있고 금융당국도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등과 같은 보험업계가 바라왔던 제도들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지난해와 달리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편집자주>

지난해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급등하면서 손해보험사의 실적이 급감했다. 지난해 말 공·사보험 정책협의체 회의에서 실손의료보험 요율 인상과 관련된 내용과 함께 보험업계가 바랐던 내용까지 언급되면서 올해 보험업계가 악화일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2월11일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한 공·사보험 정책협의체 회의가 개최했다. 보험 정책협의체는 이 회의를 통해 내년 실손보험료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인한 실손보험금 감소 효과를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보험료 인상을 보험사 자율에 맡긴 셈이다. 또 올해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실손의료보험료 할인·할증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車보험·실손보험 손해율 급등…최악의 한 해 보낸 손보사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은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등하면서 실적이 급감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29.1%로 2016년(131.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00원의 보험료를 받고 129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뜻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 평균 손해율이 96.4%에 달하면서 전년 동기(87.6%) 대비 8.8% 상승했다. 보험업계가 적정 손해율을 77~78%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을 고려하면 20%포인트가량 높은 셈이다.

이에 보험사의 손실액 규모가 확대되면서 당기순이익 급감으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누적 보험영엽손실은 3조7000억원으로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손실확대로 손실 규모가 전년 동기(1조8000억원) 대비 1조9000억원(106.2%) 증가했다.

장기보험의 경우 판매 경쟁에 따른 사업비 지출과 실손보험 등 보험금 지급 증가 등에 따른 손해액이 확대되면서 3조3000억원의 손실이 났다.

또 지난해 1~3분기 손해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조199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6%(7166억원) 감소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손해보험사의 실적 하락은 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증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손해율 관리 나선 손보사…요율 인상 사전작업 착수

손해율 관리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을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5일 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현대해상과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이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료 요율 검증을 신청했다.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고려했을 때 보험료가 8~10% 정도는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올해 인상 폭은 이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향후 자동차보험 관련 제도 개선 효과를 고려하면 보험료를 1.2%포인트 내릴 소지가 있다며 이를 인상률에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자동차보험 관련 제도 개선 추진 내용은 음주운전 사고부담금 인상,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심사 절차와 기구 신설, 이륜차 보험의 본인부담금 신설 등이다.

보험개발원에 요율 검증을 신청한 손보사들이 5% 안팎의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율 검증을 신청한 것을 감안하면 3.8%대의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손보험료도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12월11일 공·사보험 정책협의체 발표 이후 손보사들은 올해 1월 실손보험이 갱신되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험료 인상 예고문을 발송했다.

인상률은 15~20% 안팎이지만, ‘보험료 인상률이 변동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고문에 고지된 인상률은 각 보험사가 자체 손해율을 기초로 결정한 인상 수준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상을 업계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면서도 손해율이 올라갔다고 국민 대부분이 가입한 실손보험료를 크게 올린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어 결국 8~9%대 인상으로 마무리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올해는 통과될까

보험 정책협의체에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대한 내용도 언급하면서 올해는 통과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12월11일 개최된 보험 정책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20년 중 실손의료보험 구조 개편 및 청구간소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현재 국회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의 신속한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중계기관이 서류 전송 이외 목적으로 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의료계의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복지부와 함께 의료계를 지속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실손보험청구간소화는 병원이 환자의 진료내역 등을 전산으로 직접 보험사에 보내도록 해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보험금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가입자가 진료명세서 등 종이서류를 병원에서 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여러 서류를 갖추는 게 번거롭고 그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보험 가입자들은 소액의 보험금은 청구 없이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

2018년 말 보건복지부 등이 실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7.7%(중복응답)가 실손 보험금 미청구 이유로 병원 방문과 증빙서류를 보내기 귀찮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통과가 어려운 이유는 의료계에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개인의 의료 선택권과 재산권 침해,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보험사 이권사업이라는 이유로 청구간소화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민간보험사의 행정 편의를 위해 환자 개인정보를 제3기관 등으로 보내는 개정안은 개인정보 유출을 필연적으로 일으킬 것”이라며 “이에 따른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할 것을 심히 우려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초기 인프라 구축, 보험금 청구 증가로 인해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 있지만, 청구 간소화로 인해 투명성이 제고되고 지급행정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청구간소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보헙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통과되면 좋겠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심한 상황”이라며 “청구 간소화로 인해 소비자 편익 제고와 지급행정 비용 절감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통과를 바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실손보험료 차등제 도입 등으로 올해 실손보험의 구조가 개편될 수 있을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손 부위원장은 “의료이용량에 따른 보험료 할인·할증제 도입, 보장범위 및 자기부담률 개편 등 학계와 의료계, 보험업계 등에서 제시되고 있는 다양한 대안들을 면밀히 검토해 새로운 상품 출시를 추진하겠다”며 “현재 판매 중인 저렴한 신실손의료보험으로 쉽게 전환·가입할 수 있도록 전환절차 및 요건을 간소화하고 소비자 안내와 홍보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현진 기자

jhuy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