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9] 日 불매·돼지열병 확산 속 뉴트로 인기
[아듀! 2019] 日 불매·돼지열병 확산 속 뉴트로 인기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12.3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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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경기불황에 식품산업 성장 정체
간편식·해외시장 공략 돌파구 찾기 '안간힘’
서울 모 대형마트에 진열된 일본맥주.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 모 대형마트에 진열된 일본맥주. (사진=박성은 기자)

2019년 농식품 업계는 인구감소와 경기불황 등으로 전반적인 성장 정체를 겪었지만, 가정간편식과 뉴트로 상품 등에 대한 높은 소비자 니즈(Needs)를 확인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노력했다. 글로벌 무대로도 눈을 돌려 김치·라면 등 K-푸드의 위상을 더욱 높였다.

일본 수출규제 여파로 국내 식품업계의 ‘탈(脫)일본’은 가속화된 반면에 아사히 등 일본맥주는 자취를 감췄다. 치사율 100%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결국 국내에도 발병·확산되면서, 많은 양돈농가들이 돼지고기 소비위축·가격하락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침몰하는 일본…수출규제 이후 불매운동 직격탄
지난 7월 일본 아베정부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양국의 경제 갈등이 식품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노노재팬(No No Japan)’ 등 일본산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소비자들은 식품에 쓰이는 원료·포장재 등까지 일본산 유무를 일일이 확인하며 일부 식품기업들을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CJ제일제당은 ‘햇반’에 쓰이는 미강추출물 첨가제를 일본산에서 국산으로 교체했고, 오뚜기는 일본에서 수입한 포장용기의 신규 발주를 중단했다. 매일유업도 커피맛우유 등 가공유에 들어가는 일본산 향신료를 싱가포르 등 제3국 제품으로 교체를 추진하는 등 식품업계의 일본색 지우기가 활발했다.

아울러 국내 수입맥주시장에서 오랫동안 점유율 1위를 고수했던 아사히 등 일본맥주는 불매운동 여파로 사실상 퇴출됐다. 실제 올 11월까지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5830만달러(약 6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가량 줄었다. 그나마 전체의 90% 이상은 수출규제 직전인 올 상반기에서 나온 것이다.

올해 큰 인기를 끌었던 하이트진로의 ‘뉴트로 진로’ 소주. (사진=하이트진로)
올해 큰 인기를 끌었던 하이트진로의 ‘뉴트로 진로’ 소주. (사진=하이트진로)

◇복고열풍 후끈…단종제품·복고 등 뉴트로 전성시대
올 한해 식품업계에서는 ‘뉴트로(Newtro,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 열풍이 거셌다. 복고 트렌드에 힘입어 소비자 향수를 자극하는 제품들의 재출시 요청이 이어지면서 오리온의 ‘돌아온 배배’와 ‘치킨팝’, 롯데제과 ‘갸또’, 농심 ‘해피라면’, 하이트진로 ’뉴트로진로(진로이즈백)‘ 소주와 오비맥주의 ’오비라거‘ 등 뉴트로 상품들이 올 한해 봇물처럼 출시됐다.

뉴트로 제품들은 중장년층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2030세대 젊은층에게는 낯설면서도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가져다줘 올해 내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오리온의 치킨팝은 재출시 7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2000만봉을 돌파했고, 하이트진로의 뉴트로진로의 경우 출시 7개월 만에 1억병 판매고를 돌파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식품산업의 전반적인 성장 정체 속에서 소비층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식품업계에게 이러한 뉴트로 트렌드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됐으나, 한편으로는 신제품이나 신규 브랜드 기획에 소극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낳기도 했다.

서울 어느 대형마트의 간편식 매대.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 어느 대형마트의 간편식 매대. (사진=박성은 기자)

◇1인가구 증가에 HMR시장 급성장
올해 식품업계의 간편식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우리나라 인구 4명 중 1명이 1인가구일 정도로 ‘1코노미(1+economy)’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하면서 음식을 즐기고 싶은 소비층이 늘면서 간편식 수요가 꾸준히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간편식이 카레·짜장 등으로 일부 품목에 국한됐지만, 최근 들어 CJ제일제당과 대상, 롯데 등 다수의 식품대기업들이 관련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밀키트(Meal kit, 식사키트)와 컵밥, 파우치죽, 안주류, 비건(Vegan, 채식주의) 등 상품군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며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켰다.

이 같은 식품기업들의 치열한 경쟁과 R&D(연구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는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규모는 2015년 1조7000억원대에서 올해 4조원대로 급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CJ제일제당이 미국 뉴욕 맨해튼에 조성한 ‘비비고 QSR(Quick Service Restaurant)’ 매장.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이 미국 뉴욕 맨해튼에 조성한 ‘비비고 QSR(Quick Service Restaurant)’ 매장. (사진=CJ제일제당)

◇세계로 세계로…라면·김치 ‘K열풍’
해외시장으로 무대를 넓혀 나가는 식품업계의 움직임도 눈에 띄는 한 해였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는 만두와 볶음밥 등을 앞세워 미국과 중국, 동남아 각지로 진출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표 도시인 ‘뉴욕’ 중심부인 맨해튼에 ‘비비고 QSR(Quick Service Restaurant)’라는 식문화 공간을 열고, 뉴요커를 대상으로 한식문화 전파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산 김치를 강조하며 지난해 미국시장에 진출한 풀무원은 공략 1년 만에 현지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며 ‘김치 세계화’에 앞장섰다. 농심 ‘신라면’과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중국·동남아 등지에서 큰 폭의 매출 신장을 보이며 ‘라면 한류’를 이끌었다. 특히 세계에서 라면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중국에서 수입라면 1위에 한국산이 꼽힐 정도로, 국내 라면업체의 저력이 돋보이는 한 해로 기록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에서의 통제 현장. (사진=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에서의 통제 현장. (사진=연합뉴스)

◇돼지열병에 가격하락·소비침체 지속
치사율 100%에 가까운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국내에서도 결국 발병했다. 지난 9월16일 경기도 파주 소재 한 양돈농장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돼지열병은 이후 연천과 김포, 철원, 인천 강화 등 경기·강원 북부지역 중심으로 확산돼 양돈농장에서만 14건이 발병했다.

정부는 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선제적인 예방 차원의 살처분·수매 대책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43만5000여마리의 돼지들이 희생됐다. 다행스럽게 10월9일 이후 양돈농장에서의 돼지열병 발병은 잠잠한 상태다. 그러나 경기·강원 북부지역에서 야생멧돼지 폐사체에 따른 돼지열병 발병은 지속되고 있어, 언제든지 다시 확산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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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돼지열병이 확산되면서 삼겹살을 비롯한 돼지고기 소비가 위축되고, 한때 가격이 평년보다 절반 이상 ‘반토막’ 나는 등 양돈농가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