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 불균형 심화 가능성, 예의 주시해야”
한은 “금융 불균형 심화 가능성, 예의 주시해야”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9.12.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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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장기화로 수익 추구 성향 강화
부동산금융 관련 위험노출액 ‘2천조원’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부동산 및 고위험 자산으로 자금 유입이 확대되거나 금융 불균형이 축적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26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경제주체의 수익 추구 성향이 강화된 상황에서 시중의 돈이 회사채,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해외투자, 대체투자(부동산·실물자산) 등에 쏠렸다”고 분석했다.

특히 펀드 가운데 상대적으로 고위험 자산 투자 가능성이 높은 사모펀드의 비중이 2009년 말 34.0%에서 올해 6월 말 61.4%로 상승했다.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도 사모펀드였다.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라 금융기관이 손실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금융 관련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9월 말 현재 1년 전보다 6.5% 증가한 2003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악성 미분양' 증가세, 중소건설사 건전성 악화 우려

최근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증가세가 일부 중소 건설사의 경영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은의 금융안정 보고서와 국토교통부 통계를 종합하면 10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5만6000채로 지난해 말(5만9000채)보다 4.7% 감소했다. 이중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9000채로 2014년 7월(2만채) 이후 5년 3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전체 미분양 주택에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도 34.7%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준공 후 미분양은 공사가 끝나 집이 완성됐는데도 임자를 찾지 못한 경우로, 건설사에 부담이 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린다. 2016년 말 이후 경남, 강원 등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건설사의 평균 미분양 주택 재고액은 2015년 80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140억6000만원으로 늘었고, 이는 분양매출 이익률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지난해 전체 건설사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자보상배율 1 미만) 비중도 30.9%에 달했다. 

한은은 "건설사의 낮은 연체율 수준을 고려하면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증가에 따른 관련 대출이 단기간에 부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향후 일부 중소 건설사의 경영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60대 이상 고령층 소득 대비 ‘빚’ 많아

금융안정 상황을 항목별로 보면 우선 경제 규모 대비 민간부문 빚의 비중이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체 민간신용(가계부채+기업부채) 비율은 9월 말 현재 194.5%로, 1년 전보다 8.2%포인트 올랐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이전보다 둔화했다.

한은은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의 가계부채가 여전히 빠르게 증가하는 점에 주목했다.

2017년 이후에도 60대 이상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정부가 대출을 조이기 시작한 2017년을 기점으로 고령층을 제외한 청년층, 중장년층의 대출 증가세는 급감했다.

30대 이하 차주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2015∼2016년 13.5%에서 2017∼2019년 3분기 7.6%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40대(9.3%→3.3%), 50대(9.3%→4.4%)도 증가율이 절반 이하로 꺾였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증가율이 15.5%에서 9.9%로 낮아지는 데 그쳤다. 올해 9월 말 기준 60대 이상 가계대출 잔액의 53.6%는 저축은행 등 비은행 대출이었다. 비은행권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고령층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은은 또 고령층은 소득 대비 빚이 많다고 지적했다.

빚을 진 60대 이상 차주를 보면, 이들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212.6%다. 40대는 182.2%, 50대는 164.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고령층의 대출 연체율이 최근 오르고 있다는 점도 금융 시스템을 잠재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다.

한은은 "고연령층 가계 부채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부채 구조를 질적으로 개선하고 채무상환능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잠재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