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남매 갈등…조현아 "조원태, 유훈과 다르게 그룹 운영"
한진家 남매 갈등…조현아 "조원태, 유훈과 다르게 그룹 운영"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12.2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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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대리인 내세워 "협의 없이 경영상 중요 사항 결정돼" 주장
한진그룹 "국민과 주주, 시장 신뢰회복 위해 최선의 노력 하겠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한진가(家) 남매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에 제동을 걸었고, 한진그룹 측은 “국민과 주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회장을 겨냥해 입장문을 내고 “(선대 회장의)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선대 회장인 고(故) 조양호 회장이 생전에 가족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했지만, 조 회장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원은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님이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상속인들 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고 부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조 전 부사장이 경영복귀를 하고 싶어 하지만, 조 회장이 반대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 한진가 남매간 갈등은 경영권 분쟁 확산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측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한진그룹과 관련해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과 소비자, 주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고 조양호 회장의 작고 이후 한진그룹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민과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며,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 측은 “이것이 곧 고 조양호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믿고 있다”며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해 행사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해 칼호텔네트워크 등 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놨다.

그는 지난해 3월 그룹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경영 복귀를 했지만, 복귀 보름여만인 같은 해 4월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으로 갑질 파문이 일어 또다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1월29일 조원태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된 한진그룹 임원인사 명단에서 빠지면서 경영에 복귀하지 않았다.

한편 한진그룹은 올해 5월8일까지 공정위에 내야 했던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총수) 지정 관련 서류를 늦게 제출했다. 당시 한진 측은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 내부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진 측은 공정위가 다시 총수 지정을 발표하기로 한 5월15일을 앞두고 이틀 전에야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