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합의’ 관세환급은 ‘난제’
자동차 ‘합의’ 관세환급은 ‘난제’
  • 오승언기자
  • 승인 2009.03.2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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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내달 2일 런던 협상서 최종 타결 추진
관세철폐 기간등 농산품 시장개방과 맞물려 난제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마지막 협상이 24일 종료됐다.

양측은 이번 협상을 통해 대부분의 쟁점이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세환급과 일부 원산지 관련 쟁점 등 정치적 성격의 이슈에 대해서는 합의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다음달 2일 영국 런던에서 한-EU 통상장관 회담을 개최해 8차 협상 결과와 잔여 쟁점에 대한 논의를 통해 협상의 최종 타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중·대형車 관세 3년내 철폐, 소형車 5년내 철폐 2007년 5월 서울에서 제1차 협상을 시작한 한-EU FTA는 현재까지 8차례의 공식협상을 진행하며 공산품 및 서비스 시장 개방, 원산지 기준 등의 부분에서 상당 부분 진전을 이룬 상태다.

공산품 관세철폐 범위와 관련해서는 EU의 경우 품목수 기준 3년내 99%, 5년내 100%를 철폐키로 했다.

우리측은 EU 공산품의 96%에 대해 3년내 관세를 철폐하고, 5년안에 완전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단 40개의 민감품목의 경우 관세철폐 기간을 7년으로 설정해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금액기준으로는 양측의 조기 철폐(즉시, 3년내 철폐)가 우리는 92%, EU의 경우에는 93% 수준이며 5년내 철폐는 우리가 약 99%, EU는 100%로 결정됐다.

한-EU FTA의 주요 핵심쟁점 중 하나인 자동차 관세철폐는 중형·대형차의 경우 3년, 소형차(1500㏄미만)는 5년내 철폐키로 합의했다.

당초 우리 측은 한-미 FTA에서 미국이 즉시 철폐를 포함해 3년 이내 승용차 관세 철폐에 합의한 전례를 들며 EU측에 자동차 관세를 즉시 철폐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EU는 미국의 수입자동차 관세가 2.5%인데 반해 EU 관세는 10%이며 자동차 문제가 매우 민감하다는 이유로 자동차 관세철폐 기간을 7년으로 못박아 두면서 자동차 관련 협상이 1년 넘게 난항을 겪어 온 바 있다.

이밖에 자동차 부품은 양측 모두 즉시 철폐키로 했으며 EU의 경우 현재 관세가 14%인 컬러 TV가 5년내 철폐로 합의됐다.

우리 측은 베어링과 기초 화장품은 5년내 철폐, 관세가 16%인 기타 기계류와 13%의 관세가 매겨지는 순모직물 등의 40여개 민감품목은 7년내에 관세를 철페키로 합의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우리 제품의 관세 혜택과 관련해서는 한-EU FTA 발효 후 1년이 되는 시점에 한반도 역외가공위원회를 설치해 최종적으로 결정키로 했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한-미 FTA를 통해 미국에 개방한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개방인 '코러스 플러스'가 통신 및 환경의 일부 분야에 한해 허용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서비스 강국인 EU를 배려해 극히 일부 분야에서 상징적인 의미로 시장 개방 폭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메이드 인 이유(made in EU)' 방식의 원산지 표기는 금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리 측은 27개 회원국들이 모인 EU의 특성상, 각 국가별 공산품 품질의 동등성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같은 방식의 원산지 표기에 반대해 왔다.

◇관세환급은 여전히 '난제' 이번 협상에서도 풀리지 않은 최대 난제는 관세환급이다.

관세환급이란 역외 국가에서 부품 등 원재료를 가져와 가공 후 재수출할 때 부품 수입시 냈던 관세를 돌려받는 제도다.

지난 1월 통상장관 회담 당시 EU는 우리 측에 관세환급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관세환급을 유지할 경우 FTA 체결 당사자가 아닌, 원재료 수출국 등의 제3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원자재의 관세환급은 FTA 체결에 따른 관세철폐와 맞물려 이중혜택의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돼지고기의 관세철폐 기간도 농산품 시장개방과 맞물려 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EU는 전 세계 돼지고기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양돈강국이다.

또 우리나라의 수입 돼지고기 중 절반 가량이 EU 제품이다.

이에 우리 측은 국민들이 즐겨 먹는 냉동 삼겹살(25%)의 관세철폐 시기를 한-미 FTA에서 협의한 2014년 철폐보다 더 늦추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EU는 돼지고기의 상업적 이익이 크고 칠레와 미국 등 EU와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품목들에 대해서는 동등한 수준의 개방 조치를 원하고 있어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혜민 대표는 "농산물에 있어 우리의 민감성을 충분히 반영을 하고 어느 정도 의견의 접근은 이뤄가고 있지만 최종 결론은 통상장관회담을 통한 전체적인 협상의 패키지 범위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