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빅3' 수장 전면교체…체질개선 카드 '만지작'
유통 '빅3' 수장 전면교체…체질개선 카드 '만지작'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12.23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롯데 마지막으로 이마트·현대百 정기인사 마무리
유통부문 쇄신 의지 표면화…수익성 위기 돌파 관건
(사진 왼쪽부터) 강희태 롯데 유통BU장, 강희석 이마트 대표,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 (사진=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사진 왼쪽부터) 강희태 롯데 유통BU장, 강희석 이마트 대표,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 (사진=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Big(빅)3’가 수장을 모두 교체하면서 ‘전면 쇄신’을 선택했다.

유통시장 주도권이 마트·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채널에서 이(e)커머스 등 온라인으로 점차 넘어가면서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기업은 외형을 키우기보다는 내실을 키우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맏형’ 롯데를 마지막으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등 유통 ‘Big3’의 연말 정기인사가 마무리됐다.

롯데는 유통 계열사 14곳 중 절반인 7곳의 대표가 대거 교체됐다. 특히 롯데 유통 전반을 책임지는 신임 유통BU(Business Unit)장에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임명됐다. 유통을 총괄했던 이원준 부회장은 용퇴했다.

또, 기존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백화점·마트·슈퍼·e커머스·롭스 등 5개 계열사들은 강희태 유통BU장 단독 체제의 통합법인으로 재편됐다. 이로서 강 유통BU장의 권한과 책임은 더욱 강화됐다.

사업부로 전환된 5개 계열사 대표 얼굴도 롯데마트의 문영표 사업부장을 제외한 4곳이 모두 바뀌었다. 롯데백화점은 황범석 롯데홈쇼핑 영업본부장(전무), 롯데슈퍼는 남창희 롯데마트 고객본부장(전무), e커머스는 조영제 롯데지주 경영전략2팀 전무, 롭스는 홍성호 롯데백화점 영남지역장(전무)이 선임됐다.

롯데의 이러한 과감한 쇄신은 실적부진과 연관이 깊다. 롯데쇼핑은 이커머스와의 경쟁·일본제품 불매 등의 영향으로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6% 급감한 87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매출 또한 5.8% 줄어든 4조4047억원에 그쳤다.

롯데는 이번 쇄신을 통해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사업부문별 역량 강화에 중점을 뒀다. 온라인 풀필먼트(Fullfillment, 상품 수주 후 준비전달 등 주문처리의 전 과정) 거점화에 속도를 내는 한편, 내년 상반기에 출범 예정인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애플리케이션(앱) ‘롯데 ON’을 통한 물류·소비자 서비스 통합 시스템으로 효율성을 높여 수익성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관계자는 “지금의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전면적인 수장 교체와 조직개편에 나선 것”이라며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강희태 유통BU장을 중심으로 롯데 유통사업의 미래 성장전략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도 예년과 달리 한 달 이상 빨리 정기인사를 발표하고, 유통의 양 축인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수장을 모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이마트의 경우 6년간 자리를 지킨 이갑수 대표가 물러나고, 컨설팅업체에 몸담고 있던 강희석 베인앤컴퍼니 유통 부문 파트너를 새로운 수장으로 불러들였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수혈한 것이다. 이는 지난 2분기에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고, 3분기에도 영업이익이 거의 반 토막 나는 등 이마트의 실적부진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직도 전문성과 핵심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기존 상품본부를 그로서리 본부와 비식품 본부로 이원화했다. 특히 신선식품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신선1담당과 신선2담당으로 재편했다.

강희석 대표 체제로 새롭게 바뀐 후, 이마트는 수익성 제고에 초점을 맞춰 삐에로쑈핑과 같은 효율이 낮은 일부 전문점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마트 할인매장은 내년까지 기존의 30% 이상을 그로서리 매장 중심으로 강화하는 등 리뉴얼(Renewal)할 계획이다. 특히 월계점 등 일부 매장은 그로서리 MD와 식음료 브랜드를 강화하고, 최신 트렌드에 맞는 테넌트(Tenant, 핵심점포)를 공격적으로 유치해 그로서리와 몰(Mall)이 결합된 복합모델 형태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백화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이끈 차정호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7년간 백화점을 이끌었던 장재영 신세계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차 신임 대표의 경우 신세계인터내셔날 재직 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2016년 대비 각각 24%, 105% 크게 끌어올리며, 그룹에서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차 대표는 신세계백화점이 현재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명품 라인업 확장과 화장품 브랜드 강화 등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지난달 이동호 부회장과 박동운 사장을 동반 퇴진시키고, 새로운 수장에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새로운 경영 트렌드 변화에 더욱 신속하면서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그룹의 판단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 3분기 기준 매출은 1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8% 급감했다.

김형종 신임 대표는 지난 8년간 한섬을 이끌면서 트렌드 변화에 적극 대응한 결과, 브랜드 가치를 49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키웠다. 그룹에서는 이 같은 김 대표의 탁월한 성과를 인정해 백화점 수장으로 새롭게 내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백화점은 김 대표의 경영능력을 앞세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아울렛과 면세점 사업을 강화해 수익성 제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그간 몸집을 많이 불렸지만, 경기침체와 함께 온라인으로의 소비 트렌드 변화로 수익성은 상당히 악화된 상황”이라며 “새로운 수장들이 경영 효율에 초점을 맞춰 돈을 벌 수 있는 체질로 개선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