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대졸취업자 중 30% 눈높이 낮춰 '하향취업'
한은, 대졸취업자 중 30% 눈높이 낮춰 '하향취업'
  • 이고운 기자
  • 승인 2019.12.23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대졸취업자 중 약 30%가 학력과 상관없는 일자리를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한국은행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를 통해 조사국 오삼일 과장과 강달현 조사역은 "대졸자의 하향취업률은 금융위기 이후 가파른 상승 추세를 보이며 최근들어 30%대를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러한 증가세는 고학력 노동공급의 증가를 노동시장이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데 기인한다"며, "하향취업자 중 85.6%가 1년 후에도 하향취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상태를 계속 유지할 확률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직업간 단절이 심화되는 모습이다"라고 전했다.

보고서에서 말하는 하향취업이란 취업자의 학력이 일자리가 요구하는 학력보다 높은 경우를 뜻하며, 요구되는 학력에 걸맞은 일자리를 구하면 적정취업이라고 칭했다.

또한, 연구진은 대졸취업자가 직업분류상 관리자, 전문가 및 사무종사자로 취업하면 적정취업으로 분류하고, 그 외 나머지 직업을 가지면 하향취업으로 분류했다.

일례로, 대졸 학위가 필요하지 않은 매장 판매직이나 서비스직에 대졸자가 종사하는 경우 하향취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연구진이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0년 22∼23%였던 하향취업률은 올해 9월엔 30.5%로 상승했다.

하향취업률은 청년층 외에 장년층에서도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장년층이 은퇴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기 때문으로 보고서는 파악했다.

대학 전공별 하향취업률은 의약·사범계열이 10% 이내로 낮았지만, 인문·사회, 예체능, 이공계열은 30% 내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하향취업자의 평균임금은 2004~2018년 평균 177만원으로 같은 기간 적정취업자의 평균 임금 284만원보다 38% 낮은 것으로 보고서는 밝혔다.

이에 대해서 연구진은 "다만 하향취업과 적정취업의 단순 임금 차이는 하향취업에 따른 임금손실 이외에 대졸 취업자의 이질적 특성을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의견을 전했다.

보고서는 "일자리 사다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임금 격차도 큰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신중한 태도를 취하도록 만드는 유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향취업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 공급 측면에서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필요 이상의 고학력화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며, "노동시장 제도를 개선해 직업 간 원활한 노동이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lgw@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