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지르고 제일 먼저 대피… '광주 모텔' 방화범 조사중
불 지르고 제일 먼저 대피… '광주 모텔' 방화범 조사중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12.22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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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투숙 30대 남성 방화… '신변비관' 범행이유 추정
22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사진은 불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모텔 객실 외부와 불똥이 튀어 타버린 주차장 천막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22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사진은 불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모텔 객실 외부와 불똥이 튀어 타버린 주차장 천막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1명이 숨지고 30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한 '광주 모텔 화재'의 방화 용의자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로 김모(39)씨를 긴급체포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는 이날 오전 5시45분께 광주 북구 두암동 한 모텔 3층 객실에서 불을 지르고 달아나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3층의 한 객실이 해당 객실이 침대의 뼈대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전부 불탄 점 등으로 볼 때 최초 발화 지점이라고 추정, 해당 객실에 머물던 김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김씨는 모텔에 혼자 묵고 있다가 라이터를 이용해 베개에 불을 붙였다.

이후 불을 확산시키기 위해 화장지를 풀어 올려논 다음 불길이 거세게 일자 이불을 덮어 놓고 객실을 벗어났다.

그러나 짐을 놓고 나와 다시 모텔방에 들어갔다가 연기를 마시고, 화염으로 등에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는 모텔에서 가장 먼저 대피한 구조자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김씨가 다시 돌아와 객실 방문을 열면서 산소가 공급돼 불길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김씨를 찾아가 "불을 질렀냐"고 추궁하자, 김씨는 "제가 불을 지른 것 맞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김씨는 불을 지른 경위에 대해서는 치료를 받고 있어 정확한 진술을 하지는 못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김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불을 지르고, 막상 불이 크게 번지자 놀라 대피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불을 저지르고 달아난 점으로 볼 때 '묻지마 방화'일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김씨기 병원 치료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당시 모텔에는 50여명의 투숙객이 머물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20여명은 자력으로 대피했고, 30여명은 4~5층에 갇혀 있다가 소방구조대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비교적 신속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줄였지만 1명이 연기흡입으로 숨졌고, 32명은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0여명이 중상자여서 사망자는 더 늘 가능성이 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