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 스톱옵션 반납
신한지주, 스톱옵션 반납
  • 최경녀기자
  • 승인 2009.03.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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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은행으로 확산되나
경영진 모럴해저드 비난…금융당국도 ‘제동’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로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신한, 외환 등 일부 은행 경영진이 거액의 스톡옵션(주식매수 청구권)을 받아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비난 여론에 따라 스톡옵션을 반납키로 하는 등 백기를 들었지만,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계에서도 “최근 경제위기로 신입사원 임금 20% 삭감, 기존 직원 임금 동결 등 은행권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와중에 경영진이 제몫만 챙기는 건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은행들은 지난해 12월 해외차입에 대해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는 조건으로 임원 연봉과 스톡옵션을 일부 반납했다가 슬그머니 스톡옵션을 챙겨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2일 저녁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최근 주총에서 경영진에게 지급한 스톡옵션 전량을 반납키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신한지주는 지난 17일 주주총회에서 라응찬 회장 등 총 107명의 지주회사 및 자회사 임직원에게 총 61만4735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했다.

라 회장은 3만5000주, 신상훈 사장 3만1500주, 이백순 은행장 2만8000주,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1만7600주, 한도희 신한캐피탈 사장은 1만3200주를 받았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특혜적 보상은 아니지만 여론이 계속 악화되고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고통을 분담하자는 차원에서 전액 반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신한지주의 결정은 다른 은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그 결과가 주목된다.

앞서 외환은행은 12일 주주총회에서 서충석 부행장에게 스톡옵션 15만주를 주는 등 경영진 14명에게 총 49만주를 지급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아직 (반납) 관련 계획은 없다"며 “우린 외국인 임원이 많아 그런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27일 주총을 열어 임원보수 한도를 50억원으로 정하고 이와 별도로 장기 인센티브의 일환으로 경영진에 성과연동주식을 25만주 한도로 부여할 예정이다.

KB지주 관계자는 “한도를 부여한다고 해서 그걸 다 준다는 것은 아니다"며 "얼마를 줄지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바도 없고 지급된 바도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은행 임원진의 스톡옵션 ‘잔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권 직원 임금에 관해 노사 협상이 진행 중이고 여러 제반 여건과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진만 인센티브를 받는 건 보기 좋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스톡옵션이란 게 본래 은행산업 성장을 위해 경영진이 분발하라는 의미로 일종의 당근 역할을 하라고 마련된 건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돈 잔치처럼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와 같은 국민적 정서가 있는 상황에서 경제 분위기도 좋지 않은데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관계자는 “요즘과 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임금 삭감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하자고 할 땐 언제고 사측은 임원들에게 고액 스톡옵션을 주냐"며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자사 주식을 액면가 또는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