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약처 발표·조사에 발암물질 공포만 확산될 수도
[기자수첩] 식약처 발표·조사에 발암물질 공포만 확산될 수도
  • 김소희 기자
  • 승인 2019.12.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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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사르탄’과 올해 ‘라니티딘’·‘니자티딘’에 이어 이번엔 ‘메트포르민’에서 인체발암 추정물질(2A)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싱가포르에서 회수한 메트포르민 완제품과 동일한 제품이 우리나라에 수입되진 않았다면서도, 국내서 유통·처방되는 메트포르민에 대한 불순물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또 식약처는 전체 합성 원료의약품에 대한 업체 차원의 자체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제약사들은 발생가능성 평가 결과를 내년 5월까지, 시험검사 결과의 경우 내후년 5월까지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물론 국민건강과 직결된 만큼, 식약처가 사전 안전관리 차원에서 메트포르민 함유 의약품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건 당연한 절차다. 규제당국으로서 당연한 역할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간 일련의 사태들을 돌이켜보면 식약처의 발표·조사에 공포만 확산되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특히 제약업계를 생각했을 땐 사회적 불안으로 산업 자체가 위축되고 불신만 커지진 않을까란 걱정마저 든다.

업계에선 이미 매출하락을 비롯해 의약품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식약처가 모든 합성의약품에 대한 검사를 지시했으니, 앞으로 의약품 성분에 대한 이슈·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결국 이러한 이슈·논란에 대한 책임이나 그에 따른 비용은 제약사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단 얘기다.

실제 발사르탄 사태로 올 상반기에만 발사르탄 함유 의약품의 매출이 5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조치에 따른 제고 폐기 등의 비용도 온전히 제약사의 몫이었다.

식약처가 의약품을 허가하고 관리하고 관련 산업에 대한 규제를 하는 입장에서 관련 이슈·논란에 대해 적극 나서는 것은 맞지만, 제약업계에 닥칠 후폭풍까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도저히 지워낼 수가 없다.

조금만 더 신중하게, 또 조금만 더 산업계 입장을 생각해 대안을 마련한 후에 발표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클 뿐이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