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식료품 훔친 아빠에게 쏟아진 시민 후원
아들과 식료품 훔친 아빠에게 쏟아진 시민 후원
  • 이상명 기자
  • 승인 2019.12.1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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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후원자 20만원 담은 봉투 건네
일각, ‘송파 세모녀법’ 실패 제기
(자료=신아일보 DB)
(자료=신아일보 DB)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자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현실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송파 세모녀로 촉발된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관심은 관련 법 개정을 이끌었지만 여전히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계속되고 있다. 

16일 인천시 중구 관계자에 따르면 배고픔을 참지 못한 10대 아들과 가장이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넘겨졌지만 이를 접한 시민들이 후원 의사를 전하고 있다. 

또한 구는 “이들 가족에 대한 시민 후원이 들어올 경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전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본인에 대한 치료가 우선인 상태(부정맥·당뇨·갑상선질환)여서 치료를 마치면 일자리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들이 더 이상 일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저소득층에 지원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수급비가 최저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며 현실에 맞게 적정 급여 수준으로 수급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오후 4시께 아들 A군과 가장B씨는 인천시 중구 소재 한 마트에서 우유와 사과 등 1만원어치 식료품을 훔치다가 마트 직원에게 적발돼 마트 대표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B씨가 눈물로 사정하고 상황을 설명하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자 처벌은 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당시 출동했던 경찰은 아들A군과 B씨 부자를 근처 식당으로 데려가 국밥을 시켜줬고, 마트에서 사정을 듣게 된 한 익명의 시민은 B씨에게 현금 2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한 가정의 가장인 B씨는 택시 운전기사로 일하며 4식구를 부양해 오다 지병이 악화, 6개월 전 퇴직 후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를 받아왔다. 

12살과 6살 아이 둘 외에도 모친을 모시고 살았던 B씨는 임대주택에 거주 중으로 현재 고정 수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4식구의 가장인 B씨가 받을 수 있는 기초생활보장수급비는 매달 최대 15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올해 기준, 소득이 전혀없는 4인 가구 생계급여는 최대 138만4000원으로 주거급여 임대료 지원은 B씨가 거주중인 인천의 경우 최대 31만7000원까지 받을 수 있다.

현재 물가를 감안해 봤을 때 4인 가족 생활비로 지급되는 기초생활보장수급비로는 생활이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1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조합원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초학생 자녀 2명을 둔 4인 가구 한 달 평균 생활비는 579만원으로 집계된 바 있다. 

더욱이 생활비 중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비 지출이 138만8162원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비 78만2988원, 교육비 60만993원으로 나타났다. 

2017년 국민연금연구원의 조사 결과에서도 건강한 노년 부부(2명)가 기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생활비로 176만100원으로 집계된 것을 봤을 때 4식구를 부양해 온 B씨 가족은 생활고를 겪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B씨가 아들과 함께 이같은 일을 벌인 이유도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배고픔을 참지 못한 나머지 저지르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초생활수급으로 사회복지 사각지대에서는 벗어났지만 지원받아 온 수급비는 턱없이 모자라 지병을 치료하는 병원비와 기본 생활조차 할 수 없었던 것. 

이에 따라 중구는 B씨와 모친의 면담을 통해 근로 의사를 파악하고 지역 자활센터 연계 등을 통해 지원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한 맞춤형 급여 제도가 2015년 7월 시행됐지만 여전히 가난에 허덕이는 이들은 생계를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잘못된 길로 나아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바라보며 낮은 급여별 선정기준, 보장 수준 등의 개정내용을 담은 일명 ‘송파 세모녀법’은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