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2020년에는 배려심 있는 소통의 한 해가 되길  
[신아세평] 2020년에는 배려심 있는 소통의 한 해가 되길  
  • 신아일보
  • 승인 2019.12.16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며칠 전 명창 김정민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명창 김정민은 초등학교 5학년에 시작해 40년째 국악을 지켜내고 외연을 넓혀가고 있는 전통예술인이다. 2015년 제19회 송만갑 판소리·고수대회에선 명창부 대통령상, ‘2019 자랑스런 대한민국상대상’에선 문화예술부분 대상, ‘자랑스런 중앙인 100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94년에는 영화 ‘휘모리’의 여주인공으로 대종상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명창 김정민은 최근 5년 동안 3시간 넘는 ‘흥보가’를 10회, 적벽가를 3회 완창하였고, 올해 12월 초에는 이탈리아 바를라시니 벨로니 극장에서 흥보가를 완창하였고, 내년에는 피렌체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이러한 경력의 소유자인 그녀가 최근 너무 속상한 일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후배인 송가인이 한 종편방송사의 인기프로그램인 ‘미스트롯’에서 1위를 한 후 트로트계의 대세가 되었고,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명창 김정민이 공식적인 자리에 갈 때마다 사람들이 같은 국악과 출신인 송가인처럼 트로트계로 진출해보면 좋지 않겠느냐고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국악계 발전을 위해 수억 원의 사재를 쾌척하고, 재단을 만들어 후학 양성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예술인에게 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다. 이는 매우 폭력적인 소통방식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우리는 이런 폭력적인 사회적 소통을 끊임없이 목도해 왔다. 과도하게 많은 방송 뉴스채널들과 이들의 뉴스와 시사프로그램들을 통해, 전통적인 신문들과 1년에 1천 개씩 늘어나는 인터넷신문들을 통해 폭력적인 사회적 소통을 끊임없이 접해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서도, 유튜브를 통해서도 정치적 입장이나 성향에 기반해 선택적으로 목도해 왔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소통을 정말 하고는 있는 것인지, 그래서 더 행복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인가? 소통의 창구는 증가했고 다양해졌지만, 소통은 이전에 비해 더 안 되고 더 독해졌다. 경제적으로도 정말 풍요로워져 세계 11대 경제 대국으로 우뚝 솟았지만, 갈등과 양극화는 나날이 강해지고, 주관적인 행복감은 해가 갈수록 악화일로에 있다. 전체적으로 우리 공동체가 더 대립적이고 갈등적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일상의 대화들은 앞서 언급한 명창 김정민의 사례처럼 배려도 없고, 타인의 삶에 존중도 없고, 삶의 궤적에 존경심도 없다. 내 방식대로 타인을 재단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혐오하고 배척해 가고 있다. 건물들은 수직적으로 욕망을 한없이 뽐내고 있고, 사람들은 땅에서 점점 멀어져 욕망과 돈의 덫에 완벽하게 포획되어져 가고 있다. 이렇게 악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심에는 증가했지만 제대로 된 사회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언론이 있음을, 그 근본 원인에는 정체된 붕당정치가 있음을 2019년 한 해 동안 깨달아 왔다.  

며칠 뒤에 밝아오는 새해에는 언론들이 대립적 정치를 최소화해서 보도하고, 자극적인 보도를 최대한 지양하는 원년으로 만들기를 기대해본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대립적이고 자극적인 뉴스의 이용을 최대한 자제해 좋은 언론이 중심에 서게 만드는 한 해를 만들어주시길 기대해본다. 2020년 경자년에는 서로 다른 시각이나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많아지고,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감사함이 많아져 사회통합에 대한 희망이 강해지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북한과의 관계도 좋아져 70년 이상 이어진 갈등이 사그라지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