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대화, 다시 중재자의 시간
[사설] 북미대화, 다시 중재자의 시간
  • 신아일보
  • 승인 2019.12.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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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의 거친 ‘말 폭탄’이 오가면서 한반도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인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15일 방한했다. 비건 지명자의 한국방문이 주목되는 이유는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미 관계가 다시 강대강 대결로 되돌아갈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게 될지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북한은 그동안 비핵화에 대한 단계적 보상을 주장해왔다. 김정은 북한 북방위원장의 ‘통 큰 결단’에 대한 미국의 보상 요구다. 하지만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조치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개성공단 등 경제적 보상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야 하지만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연결돼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오전 비건 지명자를 청와대에서 만난다. 이날 접견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비건 지명자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나 그에 준하는 메시지를 가져왔는가 이다. 북한과 미국이 경쟁적으로 연일 강도를 높이고 있는 여론전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트럼프-김정은 두 정상 간의 ‘톱다운 방식’이 유력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 ‘중대한 시험’을 운운하며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3일 당초 ‘폐기’를 약속했던 동창리 서해위성 발사장에서는 7분여에 걸쳐 엔진연소 시험을 감행했다. 아직은 새로운 ICBM 실험인지, 정찰위성 발사용 대형로켓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이 새 ICBM도발 가능성을 노골화했다는 해석이 힘을 받고 있다.   

비건 지명자는 방한 직전 출국장에서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20일 인준청문회에서 ‘대화의 창은 여전히 열려있다’면서도 북한이 도발적 조치들로 돌아간다면 ‘거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은 비건 지명자가 방한했지만 판문점에서 북한과 만나거나 평양으로 향하는 등의 전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다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대북외교 성과’를,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새해 북한인민들에게 내놓을 정책대안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이나 미국 모두 파국을 피하고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다시 북미 간의 중재자로 힘을 발휘해야할 시간이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