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정 빨간불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만 정답인가
[기자수첩] 재정 빨간불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만 정답인가
  • 김현진 기자
  • 승인 2019.12.15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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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손해보험사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관리를 위해 보험료 인상을 단행할 전망이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으로 구성된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는 회의를 열고 내년 실손보험료에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인한 실손보험금 감소 효과를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보험료 인상을 보험사 자율에 맡기겠단 것이다.

지난해 말 121.2% 수준이던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6개월 만에 129.1%로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16년 131.3%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따른 손해액도 2017년 7조5400억원에서 2018년 8조7300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5조원을 넘어섰다. 보험사들은 이 같은 손해율을 고려하면 두 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보험료 인상이 손해율 감소로 이어지진 않을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손해율을 만회할 순 있겠지만 과잉진료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단지 보험료 인상으로 손해율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이번 공사보험 정책협의체 회의에서도 가입자의 불필요한 진료를 유발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관 이용 빈도에 따라 실손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할증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내용으로 변경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실손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할증하는 내용의 경우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기존 계약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는 3800만명에 달한다. 결국, 이들 계약을 변경할 수 없다면 아무리 보험료를 인상해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긴 힘들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공사보험 정책협의체에서 제시한 보험료 차등제 도입은 좋은 방향이지만 현재 보험업법을 고려하면 그 효과를 온전히 볼 수 없다. 제도 도입으로 인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보험료 인상이 손해율 관리에 있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jhuy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