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지속되자…자취 감춘 제과업계 신상품
경기불황 지속되자…자취 감춘 제과업계 신상품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12.1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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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오리온·해태 등 스테디셀러·뉴트로 마케팅 주력
모험적인 시도 꺼려 침체 우려…“인지도 낮으면 사장‘
서울 모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제과코너.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 모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제과코너. (사진=박성은 기자)

제과업계의 신상품 ‘기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침체가 지속되면서, 관련시장이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스테디셀러 중심의 확장판 또는 뉴트로(Newtro, 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 트렌드에 맞춰 단종제품이 재출시 되는 구조로 돌아가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출시된 지 20~30년이 지난 장수브랜드들이 여전히 제과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롯데제과의 꼬깔콘·빼빼로·몽쉘, 오리온의 초코파이·포카칩·오징어땅콩, 해태제과의 홈런볼·맛동산·오예스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aTFIS)에 따르면 이들 브랜드는 스낵과 비스킷, 반생초코케익 등 주요 카테고리의 매출액(POS 소매점 기준) 순위에서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올 3/4분기 누계 기준 롯데 꼬깔콘은 608억원, 오리온 초코파이는 561억원, 해태 홈런볼이 6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 브랜드는 각 해당 상품군 전체 매출의 20~30% 정도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이러한 스테디셀러(Steady-seller) 제품은 각 회사의 대표 브랜드로서 오랫동안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다주고 있다.

다만, 제과시장에서 히트상품으로 기록될 새로운 상품이 오랫동안 나타나고 있지 않다. 업계에서는 보통 월평균 10억원 이상의 매출고를 올리는 제품을 히트상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잣대를 최근 5년 이내로 두었을 경우, 2014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과 2017년 오리온의 ‘꼬북칩’ 정도를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신상품 중에 히트상품은 전무하다.

업계는 새로운 히트상품이 나오기 힘든 주 이유로 ‘경기불황’을 꼽고 있다. 제과시장은 특성상 소비자 입맛이 보수적이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 불황에 따른 경기침체가 지속될수록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제과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한 해에 새 브랜드 상품을 20여종 출시했지만, 인지도가 낮다보니 유통채널에서 발주를 꺼려 시장에 제대로 내놓지 못한 경우도 꽤 있다”며 “시장에서도 맛이 검증된 장수브랜드 위주로 요구하면서 신제품 기획과 출시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제과업계는 스테디셀러 브랜드의 확장판을 내놓거나, 뉴트로 인기에 편승해 단종제품을 재소환하는 마케팅 방식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올해 기존 장수브랜드들을 제외하고 반응이 괜찮았던 주요 상품을 살펴보면 롯데제과의 ‘쁘띠몽쉘’은 기존 몽쉘 케이크의 미니(Mini) 버전이고, ‘꼬깔콘 PLAY 카라멜아몬드맛’ 역시 1525세대를 겨냥해 기존 꼬깔콘 제품의 용량을 줄이고 새로운 맛을 추가한 제품이다.

올 3월에 출시된 오리온의 ‘치킨팝’은 3년 전 생산공장 화재로 부득이하게 단종된 제품이다. 그러나 소비자 요청과 뉴트로 트렌드를 타고 재출시돼, 7개월 만에 2000만봉을 판매했다.

해태제과 역시 장수브랜드인 오예스를 중심으로 올해에만 딸기요거트·미숫가루라떼·당근&크림치즈 등 시즌별 한정판과 용량을 조정한 미니·빅(Big) 등 확장판 위주로 선보였다.   

이처럼 제과업계의 장수브랜드 의존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제품 투자를 소극적으로 하게 해 결과적으로 제과시장 정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4분기 기준 제과업계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업체마다 정도의 차는 있으나 0.5~1% 안팎이다. 통상 산업별 R&D 비중 평균치는 2~2.5%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과시장 규모(유로모니터 기준)도 2016년 6조7300억원에서 지난해 6조5000억원으로 하향세다. 업계는 올해 시장규모도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제과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투자보다는 수익성 제고에 좀 더 신경을 쓰는 추세”라며 “업계 전반적으로 모험적인 시도를 더욱 꺼릴 것 같다”고 전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