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유지관리시대 성공적인 기반시설 관리를 위해 
[기고칼럼] 유지관리시대 성공적인 기반시설 관리를 위해 
  • 신아일보
  • 승인 2019.12.1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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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1970년대는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경제부흥이 시작되는 시기로 주요 대도시와 공단 및 항만을 잇는 고속도로를 비롯한 기반시설 건설이 주를 이뤘다. 1968년 경인고속도로와 1970년 경부고속도로를 시작으로, 1970년대에는 경부·호남·영동·남해고속도로가 완공됐고, 한강에는 마포·잠실·영동·반포·천호·성수대교가 완공됐다. 이렇게 우리 경제를 지탱해오던 기반시설들은 2020년을 맞아 50년을 경과함에 따라 국가적 차원에서 유지관리가 필요하게 됐다. 이를 위해서 작년에 기반시설관리법이 제정됐으며, 이 법은 2020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기반시설관리법의 시행에 맞춰 우리나라 기반시설을 성공적으로 유지관리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4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관리체계 및 제반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과 유사하게 기존 기반시설 유지관리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새로운 유지관리 패러다임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본계획, 관리계획, 최소유지관리 및 성능개선 기준 등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꾀해야 한다. 특히 과거에 건설된 기반시설들은 당시의 설계 및 시공 기준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 요구되는 기반시설의 성능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기반시설 관리의 잣대가 되는 적절한 최소유지관리 및 성능개선 기준을 수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기반시설관리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유지관리 투자는 신규 건설 투자에 비해 결과물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소홀하기 쉽다. 그러나 유지관리를 소홀하는 경우 국민의 삶의 질과 안전에 직결되게 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2018년 8월 이탈리아에서는 1968년에 완공된 모란디 교량이 붕괴돼 4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2019년 11월 프랑스 남부 지방의 1931년에 완공된 현수교가 붕괴돼 2명이 사망했다. 이런 기반시설 사고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미국은 3050억 달러, 영국은 4830억 파운드 등 해외 선진국들은 앞 다투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세 번째, 균형 잡힌 관리를 통한 관리 수준 향상이 필요하다. 기반시설은 우리나라 어디에나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기반시설을 균형 있고 조화롭게 관리하는 것은 국토의 균형 발전으로 이어지고, 국민들의 차별 없는 복지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기반시설의 많은 부분을 관리하고 있는 지자체 등에서는 재원확보 역량에서 큰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자체 소관시설의 상태는 국가시설에 비해 취약한 상태이며, 예산부족으로 인한 충분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특정 지역, 기관에 편중되지 않고,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 및 관리 주체를 지원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반시설의 유지관리에는 미래사회를 대비한 스마트 관리방식이 적용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융복합 기술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활용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질 높은 기반시설을 유지한다면 이는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아현동 KT 통신구 화재로 인한 통신 장애, 일산 백석역 열수송관 사고 등 기반시설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한 삶과 국가경쟁력을 지탱하는 기반시설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잘 구성된 계획과 투자로 우리의 기반시설을 후대에도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