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14개월 유아 학대 집행유예… 국민감정 '외면'
생후14개월 유아 학대 집행유예… 국민감정 '외면'
  • 이상명 기자
  • 승인 2019.12.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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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신아일보 DB)
(자료=신아일보 DB)

일명 ‘금천구 아이돌보미 사건’으로 알려진 14개월 유아 학대 사건에 대한 법원의 항소심 판결에서 피고 김모(58세·여)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신이 맡아 기르던 맞벌이 부부의 14개월된 자녀를 수십 차례 학대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국민 감정을 외면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커지고 있는 실정. 

이에 따라 관련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원, 원심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 

아이돌봄서비스를 통해 14개월 아이를 맡아 기르다 학대를 일삼아 기소된 돌보미 사건과 관련 항소심 재판이 열렸다. 

12일 이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에 따르면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에게 보호관찰과 함께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또한 아동과 관련한 기관에 5년간 재취업하지 못하도록 했다. 

김씨는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에 소속, 지난 2∼3월 자신이 맡아 돌보던 맞벌이 부부의 생후 14개월 아이를 총 34차례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당시 경찰에 입수한 폐쇄회로 TV에 찍힌 김씨는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의 뺨을 수차례 때리는 등 하루동안 많게는 10차례 넘게 학대를 일삼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히면서도 “피고인이 수사 단계부터 구속 상태로 있으며 충분히 자숙의 시간을 가졌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 측과 진행 중인 민사소송에서 1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고 언급하며 “민사소송 결과에 따라 피해자 측에 적절한 위자료가 산정돼 지급될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알려진 경위는 지난 4월 피해 아동의 부모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관련 내용을 올려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알려졌다. 

피해 아동의 부모는 14개월 아이를 돌보던 돌보미가 거실과 침실에서 각각 아이를 학대하는 장면이 담긴 6분 23초 분량의 폐쇄회로 녹화영상도 공개해 누리꾼의 분노를 샀다.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이 청원은 28만여명이 동의했고 이에 정부는 아이돌보미에 대한 검증을 보다 철저히 하고 아동학대가 발생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하겠다는 공식 답변을 내놨다. 

◇끊임없는 아동학대에도 국민감정 벗어난 솜방망이 처벌

한편, 아동학대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관련 법은 국민감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동학대 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관계자 처벌은 매번 집행유예로 끝나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이 관련 학대 예방에 방해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 

지난달 17일에도 아동복지센터 교사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전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다.

교사 A씨는 2018년 3월20일 ‘단어를 모르겠다’는 아동복지센터 이용 학생 B(13·여)에게 화를 내며 명치를 주먹으로 때리고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는 등 같은해 12월19일까지 24차례에 걸쳐 18명의 아동에게 신체적 학대를 일삼은 행위로 기소된 바 있다.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나무라던 재판부는 그러나 “범행을 자백하며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과 재범의 위험성이 없어 보이는 점 및 학대 행위의 정도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