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온전한 ‘기업시민’을 기대하며
[기자수첩] 온전한 ‘기업시민’을 기대하며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12.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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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 아서 C. 클라크(Arthur C. Clarke)와 함께 세계 3대 SF(공상과학) 작가로 꼽히는 로버트 A. 하인라인(Robert A. Heinlein)의 소설 중 1959년 작 ‘스타십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가 있다. 지난 1997년 동명의 영화가 개봉돼 국내에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미래 사회에 사는 청년 조니 리코가 지구 연방군에 입대해 외계 종족과 전투를 벌이며 군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요 내용은 전투에 대한 묘사보다 주인공이 군대를 경험하며 얻게 되는 성찰과 주인공의 고등학교 교사인 뒤부아의 말을 통해 드러나는 정치적 고찰의 비중이 크다.

이 작품은 ‘시민’에 대해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소설 속 사회에서는 군 복무를 마쳐야 선거권을 가진 ‘시민’이 될 수 있다. 군 복무는 시민이 되기 위한 의무인 것이다.

하지만 소설은 뒤부아의 말을 빌려 시민이 되는 길이 쉽지 않다는 대목이 나온다. 뒤부아는 주인공 조니 리코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이제 자네는 군대 생활을 통틀어 가장 힘든 시기를 거치려 하고 있어.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다는 뜻이 아니라. 잠재적인 시민을 실제 시민으로 변모시키는 과정에서 영혼의 가장 깊숙한 부분을 뒤흔들어 놓는 재조정과 재평가가 필요하게 된다는 뜻이야.”

현대 사회에서 기업도 시민이 돼야 하는 의무를 지켜나가야 한다. 최근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문제 해결 동참 등 기업의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포스코는 경영이념인 기업시민을 통해 지속성장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도 기업시민이란 명칭의 의미를 모르겠다거나 슬로건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는다.

포스코는 지난해 7월 최정우 회장이 취임하며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선언했다. 기업시민은 포스코의 창업이념인 ‘제철보국’을 계승·발전하고, 포스코그룹 전체 사업을 포괄하며 시대 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경영이념이라는 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회사를 둘러싼 사회,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윈-윈(Win-Win)하며 경제·사회적 가치를 구현하겠다는 복안이다.

포스코는 “경영이념의 체질화, 내재화, 문화화를 통해 100년 기업으로 지속성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경영이념을 뿌리내리기 위해선 ‘스타십 트루퍼스’의 뒤부아 말처럼 영혼의 가장 깊숙한 부분을 뒤흔들어 놓는 재조정과 재평가가 필요하다. 시민의 자격을 얻기 위해선 스스로 들여다보며, 꾸준히 노력해 나아가야 한다.

일각에서 기업시민이란 명칭에 물음표를 던지고, 슬로건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아직 체질화, 내재화, 문화화가 부족한 탓으로 풀이된다.

비단 포스코만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기업들은 경영이념에 대해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