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 재입찰 가닥…시공사 "사업성 개선 기대"
한남3구역 재입찰 가닥…시공사 "사업성 개선 기대"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9.12.1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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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상 이익 제공' 등 걷어내면 건설사 수익은 늘어나
조합 대의원회 결정·새 요구안 나오기 전까진 '안갯속'
서울시 용산구 한남3구역 사업지 전경. (사진=천동환 기자)
서울시 용산구 한남3구역 사업지 전경. (사진=천동환 기자)

서울 한남3구역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시공사들은 여전히 복지부동(伏地不動)이다. 재입찰이 확실하게 결정되고, 조합이 이에 맞춰 새로운 요구안을 내놔야만 뭐라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재산상 이익 제공 등 정부가 지적한 부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합 요구안이 만들어질 경우 건설사의 사업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기존 제안보다 긍정적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한남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사업조합은 지난 6일 이사 10명이 참여한 이사회를 통해 시공사 선정 재입찰을 진행키로 했다.

조합은 이번 이사회 결정에 따라 추가로 대의원회를 열고, 재입찰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조합원 수가 100명 이상인 조합은 대의원회를 둬야 하는데, 통상 대의원은 조합원 수의 10분의 1 수준에서 구성한다. 조합 내부에서는 이달 중 대의원회가 열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아직 공지가 이뤄지지는 않은 상태다.

부동산 전문가 및 건설사 관계자들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기존 입찰 과정에서의 위법성 문제를 지적하고, 재입찰을 권고한 만큼 대의원회에서도 이사회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장성대 건국대학교 부동산학전공 교수는 "지금 한남3구역은 여러 가지 부적절한 부분이 지적된 만큼 얼마든지 재입찰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재입찰 결정은 조합 정관에 따라 대의원회의에서 정한 후 조합원 총회로 올리거나, 대의원회의 자체에서 결정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 마감 다음 날인 지난 10월19일 한남3구역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붙은 시공사 홍보물. (사진=천동환 기자)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 마감 다음 날인 지난 10월19일 한남3구역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붙은 시공사 홍보물. (사진=천동환 기자)

시공사 관계자들은 만약 조합이 재입찰을 최종 결정하고, '재산상 이익 제공' 등에 관한 부분을 대폭 축소하도록 하는 안을 내놓을 경우 건설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입찰에 참여했던 A 건설사 관계자는 "한남3구역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많은 이익을 얻기 보다는 상징적 의미에서 수주하려 했던 것"이라며 "이익 제공 부분과 혁신설계를 덜어내고 재입찰을 하면 건설사 입장에서도 사업성을 높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다만, 재입찰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시공사들은 한남3구역과 관련해 통상적인 정보 수집 외에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 재입찰에 대한 최종 확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재입찰을 한다고 하더라도 조합이 어떤 요구안을 내놓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재입찰을 진행할 경우 조합은 정부와 서울시의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요구안을 시공사들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새 요구안은 기존보다 법적인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입찰을 다시 했는데도 지금과 같은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경우 사업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업성을 아예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에 시공사 입장에서는 조합이 어떤 안을 내놓을지 쉽게 예측을 못 하는 상황이다.

입찰에 참여했던 B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한 얘기가 있더라도 조합에서는 이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기 때문에 예상 가능한 범위를 잡기 어렵다"며 "어떤 조건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입찰제안서를 만들고 준비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