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심형준 디에이그룹 부사장 "함께 사는 공간을 제안합니다"
[인터뷰] 심형준 디에이그룹 부사장 "함께 사는 공간을 제안합니다"
  • 이소현 기자
  • 승인 2019.12.10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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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공주택 설계공모 대전 '최대 사업지' 당선
이웃다운 이웃으로 발전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계획
10일 서울시 중구 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 대전 시상식 및 전시회에 참석한 심형준 디에이그룹 부사장. (사진=이소현 기자)
10일 서울시 중구 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 대전 시상식 및 전시회에 참석한 심형준 디에이그룹 부사장. (사진=이소현 기자)

정부가 공공주택의 질을 높이고, 국민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한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 대전'이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특히 올해 행사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 주최하는 등 1회 때보다 한 층 커진 위상을 자랑했다. 당선작들은 집의 본질에 집중하면서도 혁신적 디자인과 설계를 통해 공공주택의 미래를 제시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선작을 배출한 주인공들을 만나 설계 과정에 얽힌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는 올해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 대전 사업지 중 최대 규모(설계비 약 35억3300만원)인 '남양주진접2 신혼희망타운'에서 당선작을 배출했다. 이 단지 설계를 주도한 심형준 디에이그룹 부사장은 '근린(近鄰)'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두고 '가까운 이웃'이 실현될 수 있는 단지를 제안했다. 이웃 간의 벽을 허물고 함께 삶을 공유하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집을 만드는 것이 심 부사장의 목표다.  

Q 공용 공간과 사적 공간을 효율적으로 조율하는 단지를 계획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단지 설계에 있어 특히 어떤 부분을 고려했는지?

남양주진접2 신혼희망타운 단지를 보면 '근린의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설계됐다. 근린이라는 말을 한자어로 따져보면 가까운 이웃이라는 뜻이다. 가까운 이웃과 사는 단위를 근린지구라고 말할 수 있는데, 몇 가구라는 숫자나 밀도 단위로 커뮤니티를 조성하면 실제적인 커뮤니티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에 150~180세대 클러스터 단위의 아주 작은 세대를 단위로 커뮤니티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공동육아가 힘든 이유는 모르는 사람에게 내 아이를 맡기는 게 힘들어서다. 신뢰가 쌓여야 아이를 맡길 수 있는데, 소규모 구성원이 생활에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조성하면 신뢰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이에 기반한 생활 커뮤니티를 도입한 단지를 계획한 것이 우리 취지다.

Q 최근 공동주택 커뮤니티 시설의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남양주진접2의 커뮤니티 계획을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다.

공동 커뮤니티로는 생활에서 함께 쓰일 수 있는 부분, 세탁실이나 주방 등 세대별로 전부 들어가 있는 잉여로운 공간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신혼 세대인 만큼 어린아이들을 배려해 뛰어놀 수 있도록 하는 실내 공유 놀이터도 조성했다. 아이들이 뛰노는 공간 옆에는 엄마들이 만날 수 있는 맘스카페도 만들어 생활 공동체를 실제로 실현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일련의 생활 활동을 묶어낼 수 있어야 새로운 생활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부분들을 '준주택', '공유주택'이라고 명명하고, 내가 소유하는 주택의 일부를 떼어서 1층에 조성했다는 의미로 단지를 꾸렸다.

또, 커뮤니티가로변에도 커뮤니티를 집적할 수 있도록 단지가 계획돼 있다. 여기는 외부와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다. 사실 특정 계층을 한 단지에 몰아넣는 것이 좋지만은 않다. 비슷한 소득 수준과 연령대, 환경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아두면 이익 집단화된 커뮤니티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서다. 아이들이 다른 계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단지 외부로도 길이 연결되는 형태로 조성했다.

커뮤니티는 삶을 교류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옆사람하고 교류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야 타 단지와 교류도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교류하지 않는 아파트를 만들어 놓고 커뮤니티 시설만 만들어 놓는다고 교류가 가능할까. 이런 교류가 자연스러운 집을 만들기 위해 외부 사람들과 교류가 불편하지 않도록 열린 단지로 계획했다.

디에이그룹의 제2회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 대전 당선작 '남양주진접2' 투시도. (자료=디에이그룹)
디에이그룹의 제2회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 대전 당선작 '남양주진접2' 투시도. (자료=디에이그룹)

Q 단지 설계에 '퍼블리코 아카이브'라는 것이 등장하는데, 어떤 개념인가?

생활에 필요한 자전거나 장독대, 화분 등 물건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다 같이 공유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개념이다. 벤치를 놔두고 앉아서 얘기할 수도 있는 교류하는 삶을 만들기 위해 마련했다.

아파트 한 동이 8~10층 되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바로 들어가는 식이다. 우리는 단지 엘리베이터 내에서 길과 마당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Q 동 사이를 연결하는 데크가 다채로워지도록 보충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다. 이를 반영할 방안에는 무엇이 있나?

이번 설계에서 주동 전체를 연결하지 못했다. 지침에 따르면 복도를 만들지 못하게 돼 있고, 60m 간격으로 끊어야 했다. 지금 말한 공유 개념의 취지가 더욱 살아나려면 법규라든가 조례 같은 부분을 조정해서 이를 완화해 주동 전체를 연결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로 보인다.

건축 심의라든가 이런 부분에서 완화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되면 남양주 시청 등과 협의해 의도 및 취지를 설명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심 부사장이 남양주진접2 당선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소현 기자)
심 부사장이 남양주진접2 당선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소현 기자)

Q 공공주택 설계공모 대전을 준비하면서 긍정적으로 느꼈던 부분이나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공동주택이라는 설계 단가에 대한 제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좋은 품질이나 훨씬 고도화된 설계, 이런 부분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지침이 완화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설계 지침 같은 것들이 강하게 대입되면 창의성을 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설계공모에서 A블록은 일반 법규를 적용하도록 돼 있었고, B블록은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그래서 B블록은 훨씬 창의적으로 단지를 설계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앞으로 이런 부분들을 생각해서 (특별건축구역을) 더욱 확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