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에 “마음에 든다” 연락한 순경 ‘견책’ 처분
민원인에 “마음에 든다” 연락한 순경 ‘견책’ 처분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9.12.09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장 가벼운 징계… 여성단체 “공권력 탈 쓴 스토킹”
민원인에 사적 연락한 순경 견책 처분. (사진=연합뉴스/연합뉴스TV 제공)
민원인에 사적 연락한 순경 견책 처분. (사진=연합뉴스/연합뉴스TV 제공)

민원인에 사적으로 연락한 순경이 견책 처분을 받았다.

9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민원인에게 사적인 연락을 한 A순경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경찰 공무원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 등으로 나뉜다. 견책은 가장 가벼운 징계로 A순경은 지위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A순경은 지난 7월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러 온 여성 민원인의 개인정보로 “마음에 든다”는 사적인 내용의 SNS 메시지를 보내 감찰 조사를 받아 왔다.

경찰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공권력을 사용해 정보를 이용했다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이에 전북경찰청은 강제 수사도 고려했으나 A순경이 개인정보 처리자가 아닌 ‘취급자’라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유권해석에 따라 신분상 처분만 하기로 했다.

경찰 내부위원 2명과 외부위원 3명(변호사 2명, 대학교수 1명)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를 통해 사건의 전반적인 경위를 살펴본 결과 A순경을 경징계 처분하기로 한 것이다.

위원회는 A순경이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유출하지 않았고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민원에게 연락했기 때문에 정상을 참작할 사유가 있다고 봤다.

또 A순경의 행위가 단순한 호감 표시 차원이었고 그동안 개인정보 교육을 성실하게 받은 점 등에 비춰 동일한 사안의 재발 우려는 없다고 판단했다. A순경이 경찰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 반성하는 점 등도 고려됐다.

경찰 측의 이러한 결정에 여성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전북여성단체연합 측은 “A순경의 행위는 공권력의 탈을 쓴 스토킹과 다름없다”며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스토킹에 면죄부를 준다면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방적인 연락을 받은 민원인이 느꼈을 불안감은 징계에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경찰의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inahlee@shinailbo.co.kr